서울 저밀도 아파트지구에서 건축심의를 통과한 단지가 잇따라 나오면서 단지별로 서로 먼저 재건축의 첫삽을 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저밀도지구 아파트 시세는 최근 2∼3주 사이에 5백만∼1천5백만원가량 뛰어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건축심의는 이주.철거 및 착공이 가능한 사업계획승인의 전단계여서 이를 통과한 단지는 재건축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최근 열린 건축심의위원회에서 청담.도곡지구에 속한 영동주공 1단지(1천50가구)가 낸 건축계획안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다고 18일 밝혔다. 이로써 청담.도곡지구에서 건축심의를 통과한 조합은 지난달말 저밀도지구(43개 단지)중 처음으로 조건부 승인을 받은 △도곡 1차 △영동 2차 △영동 3차 △AID차관 등을 포함, 모두 5개 단지(6천6백94가구)로 늘었다. 이들 단지는 강남구에 사업승인을 신청할 때 △동(棟)배치계획 조정 △주차장입구 확대 △보행자도로 연계성 강화 등 시의 요구 조건에 맞게 건축계획안을 보완하면 된다. 잠실지구에서는 주공 1단지를 제외한 2,3,4단지와 시영 등 4개 단지가 하루 이틀 간격으로 송파구에 건축안을 제출하는 등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이달중 4개단지에 대한 심의를 시에 요청할 계획"이라며 "승인까지 보통 1∼2개월이 걸리는 만큼 빠르면 내달중에는 건축심의를 통과하는 단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로부터 각각 '재심'과 '보완' 결정을 받은 화곡지구내 1주구와 암사.명일지구내 동서울아파트도 미비점을 보완하는데로 다시 건축심의를 신청하기로 했다. 이처럼 반포지구를 제외한 4개 지구에서 건축심의가 줄을 잇는 가운데 사업승인만을 남겨둔 단지도 나와 일부 조합은 연내 이주와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시가 지구별로 일정 가구씩을 정해 우선 사업승인을 내줄 방침이어서 먼저 첫삽을 뜨기 위한 조합간 눈치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는 전월세난 등 사회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잠실지구 1개단지, 청담.도곡지구 2천5백가구,화곡지구와 암사명일지구 각각 3천가구에 대해서만 우선 사업권을 주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서울시 주택국 관계자는 "동시에 사업승인이 들어올 것이 확실한 청담.도곡과 잠실지구가 문제"라며 "투명한 결정을 위해 시민단체 교수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시기조정위원회에서 이주계획 동의율 등 20여개 항목이 담긴 조합별 비교평가표를 검토한 후 첫사업승인 단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재건축사업은 넘어야 할 걸림돌이 많아 사업승인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예측하기 힘들다"며 "이러한 아파트에 투자할 때는 그만큼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가 잠실지구에서 1개 단지, 청담도곡지구에서 2천5백가구까지 우선 사업승인을 내줄 방침이어서 잘못 투자했다가는 2~3년간 돈이 묶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