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주경기장옆 상암택지개발지구에선 월드컵 개막 1년을 앞두고 아파트와 사회복지시설이 들어설 ''2공구'' 택지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2공구 택지지구는 외곽의 조경공사와 아파트의 기초공사가 활발히 진행중이어서 대규모 단지로서의 위용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 일대에 밀집한 부동산중개업소는 요즘 쥐죽은 듯이 고요하다.

도로 좌우로 30여개의 중개업소가 자리잡고 있지만 약속이라도 한듯 모든 중개업소의 문이 굳게 잠겨져 있다.

입구에 수북히 쌓인 신문은 주인이 상당기간 업소를 비워 뒀다는 것을 웅변해 주고 있다.

서울시가 중개업소 유리창에 내다붙인 ''우리업소는 절대 입주권(속칭 딱지) 거래를 중개하지 않습니다''란 전단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0일부터 입주권 불법 거래에 대한 집중단속에 나서자 중개업자들이 아예 몸을 숨겨버렸다.

지난해 한때 7천만원선을 호가하던 입주권 거래가 뚝 끊어졌다.

상암동 뿐만 아니다.

강남일대에서도 입주권 거래를 주선하던 중개업자들이 사라지면서 홍보전단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서울시 도시개발공사 민원 1팀의 이상석 대리는 "단속이 시작된 후 입주권 거래를 위한 법원 소유권이전금지 가처분 신청이 거의 없어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입주권 거래가 끊긴 것은 서울시의 집중 단속탓도 있지만 입주권 거래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입주권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남공인의 하영구 대표는 "상암동에서 활동하던 공인중개업자중 상당수가 단속이 시작되기 전인 올해 초부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드컵 개최일자가 다가올수록 상암택지지구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전망이어서 입주권 거래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고 일선 중개업자들은 보고 있다.

신화공인의 이재영 실장은 "통상 단속이 시작되면 2∼3개월 정도는 업자들이 아예 활동을 멈춘다"며 "단속이 뜸해지면 물밑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입주자격이 없는 물딱지가 나돌고 있는 데다 설사 입주자격이 있는 딱지라도 이중매매되면 대책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며 "분양이 끝난 후 분양권을 전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도시개발공사는 2공구의 경우 내년 6월, 3공구는 2004년 상반기에 각각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암지구에 건설되는 아파트는 모두 6천2백50가구로 이중 대부분이 상암동 원주민과 서울시내 각종 도시계획사업에 따른 철거민에게 배정될 예정이다.

그런 만큼 청약저축 가입자들에게 돌아갈 물량은 많지 않은 편이다.

3공구 입주권은 4천만∼4천5백만원 전후에서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