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는 부동산과 금융의 융합 상품이다.

때문에 부동산만 알아서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격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금융에만 해박하다고 리츠를 손쉽게 잡을 수 있다는 장담도 금물이다.

리츠를 이해하려면 부동산과 금융에 모두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부동산과 금융 정보를 아우르면서 리츠의 성공투자전략을 제시할 "부동산 증권화 시대" 시리즈를 매주 화요일 싣는다.

다음주 화요일(5월15일자)부터는 "한경 리츠전문가그룹"의 전문가들이 번갈아가며 지상(紙上)강연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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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제도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면 부동산 개념이 1백80도 달라지게 된다.

글자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산(不動産)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현금흐름을 창출해내는 자산(에셋·asset)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5백억원짜리 빌딩 소유주를 가리켜 5백억원대 재산가라고 말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부동산 개념이다.

그렇게 말하는 이면에는 ''부동산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 것(不動)''이란 의식이 깔려 있다.

그렇지만 리츠제도가 도입되면 부동산의 가치는 수시로 바뀔 수 있다.

이웃한 똑같은 크기의 건물값도 달리 매겨진다.

가치의 기준은 수익률이다.

건물이나 땅에서 얼마만큼 현금을 뽑아낼 수 있느냐(流動化)가 가치의 잣대다.

똑같은 5백억원짜리 빌딩이라도 발생하는 임대수익의 차이에 따라 건물가치는 달라지게 된다.

다른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왜 그렇게 되는가.

부동산투자전문회사인 리츠의 등장이 부동산의 속성을 바꿔 놓기 때문이다.

리츠회사는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의 90%를 배당하도록 되어 있다.

리츠회사는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사업계획을 짜면서 연간 수익률도 제시할 것이다.

그런만큼 리츠회사는 수익을 내기 위해 과거와는 다른 방법으로 부동산을 관리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부동산 투자패턴이 바뀐 것도 부동산 개념을 바꿔 놓는데 일조하고 있다.

80년대의 ''복부인''들은 부동산을 사들이는데 열심이었다.

사두면 값이 뛰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 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부동산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확보하고 있던 부동산이 팔리지 않아 짐이 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매입했던 땅을 활용하지 못해 쓰러진 주택건설업체도 한둘이 아니다.

일반부동산 투자자들도 이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동산에 선뜻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단순히 시세차익보다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더 원하고 있다.

리츠회사도 부동산에서 수익을 올려 투자자에게 배당하는게 존립목적이다.

부동산은 수익을 끌어내야만 효용가치가 생기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현금화 또는 유동화되지 않는 부동산은 시장에서 외면당할게 뻔하다.

리츠제도가 도입되면 자산으로서의 부동산, 수익을 뽑아내는 투입(input) 요소로서의 부동산이 더욱 의미있게 된다.

건물 땅 등을 총칭하는 부동산은 있어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부동산은 더이상 없어지게 될 전망이다.

박래익 현대건설 리츠팀장은 이런 변화에 대해 "리츠제도 도입으로 새로운 부동산 문화가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익성을 기준으로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는 풍토가 부동산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는 리츠제도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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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리츠전문가그룹

△김대형 아더앤더슨 리츠팀장
△김영곤 존스랑라살 한국지사장
△김원보 가람감정평가법인 대표
△도정훈 삼일회계법인 리츠팀장
△문종국 ibc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박래익 현대건설 리츠팀장
△유정봉 교보생명 이사
△이병철 정우앤컴퍼니 대표
△이상영 모두넷 부동산114 대표
△이소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조장식 한빛증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