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건설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자랑하던 동아건설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동아가 리비아 대수로 1단계 공사를 수주할 당시만 해도 세계 건설업체들은 "1천년 뒤에 20세기 10대 불가사의로 기록될 대역사가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외형보다 기술력으로 한국을 대표해온 굴지의 건설업체가 이처럼 허무하게 스러질 줄은 세계적인 건설사들도 상상하기 어려웠을 일이다.

지난 45년 창업자인 고 최준문 회장이 자본금 5만원으로 대전 대흥동에서 ''충남토건''을 설립하면서 동아건설의 역사는 시작됐다.

4년 뒤에 동아건설 합자회사로 바뀌었다가 지난 72년 지금의 ''동아건설산업(주)''으로 자리를 잡았다.

창립 이후 56년간의 세월동안 동아는 국내외에 큰 족적을 남겼다.

77년 착공한 월성원자력 1호기를 비롯해 울진원자력 3,4호기를 완공하고 지난 98년엔 울진원전 5,6호기를 착공하는 등 원전건설에도 크게 기여했다.

무엇보다 동아와 역사를 같이한 공사는 리비아 대수로공사다.

모두 5단계중 1단계 공사를 지난 83년 수주해 세계 건설업체들을 놀라게 했다.

이 공사는 84년1월 착공돼 91년8월 완공됐다.

90년에 수주한 2단계 공사는 같은해 6월 착공돼 현재 95%의 공정률을 보이며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98년엔 3단계 공사도 수행키로 협정을 맺어 이미 일부 착공한 상태에서 비운의 사태를 맞고 말았다.

국내외 건설업계에서 기반을 다져온 동아건설은 지난 94년 성수대교 붕괴사건으로 기업이미지에 직격탄을 맞았다.

성수대교 붕괴사건이후 동아건설은 서서히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재계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동아건설은 지난 96년부터 재개발 재건축사업에 뒤늦게 뛰어든데다 IMF체제이후 부동산경기 침체로 조단위의 자금이 묶여 경영위기에 몰렸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