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는 브랜드를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우리같은 서민들이 전재산을 담보로 도박하는 심정으로 아파트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정부나 건설회사들이 알기나 할까요"

지난 3일 부도처리된 고려산업개발이 짓고 있는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 현대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하소연이다.

IMF한파를 겪는 와중에서 믿을만한 회사는 대그룹 소속 건설회사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선택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자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들이다.

회사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로서는 고려산업개발의 부도가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도원인을 들여다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눈에 띄어 더욱 그렇다.

문제가 되는 것은 레미콘과 건설이 주력이었던 이 회사가 1998년 8월 건설업과 별로 상관 없는 현대알루미늄과 신대한을,같은 해 12월에는 현대리바트를 각각 인수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몸집을 줄이려던 시기에 엄청난 적자로 그룹의 골칫거리였던 회사들을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다.

이로 인해 4천억원가량의 부채를 떠안았다는 게 고려산업개발 관계자의 귀띔이다.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무리하게 교통정리를 해놓고 나중에 그룹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자 아무도 챙기지 않아 부도를 맞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98년엔 국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AA 등급을 받기도 했던 이 회사의 회사채 등급은 작년엔 현대건설과 함께 BBB등급으로,올해에는 BB등급으로 한단계 더 떨어졌다.

이 와중에 금융권에서는 앞다퉈 1천5백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회수해갔고 회사는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됐다.

"재무구조가 비교적 건실했던 대그룹의 계열사마저 석연찮게 쓰러지는 풍토에서 일반인들이 건설회사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고려산업개발의 부도를 지켜본 주택업계 관계자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유대형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