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남(63) 롯데건설 사장은 최근 롯데아파트 신문광고에 작업복을 입은 모습으로 등장해 "호텔같은 아파트를 짓겠다"고 선언했다.

"아파트가 아니라 호텔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주택사업을 벌여 나가겠다는 각오"를 좀 더 분명하게 수요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직접 광고모델로 나섰다.

고품질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임 사장은 이처럼 직선적이다.

일의 방향을 정할땐 여러 곳에서 의견을 듣지만,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성격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돌아가는 법이 없다.

대신 일에 대한 책임은 확실하게 진다.

그래서 그는 임직원들의 전문성과 역량을 존중한다.

전문성이 없으면 일에 자신이 없고 책임경영을 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 조직도 소수 정예주의를 고수, 실속경영을 선호하고 있다.

이로인해 작년 한해 직원 1인당 생산성이 13억원에 달해 동종업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앞으로 3년안에 롯데건설을 무차입업체로 만들고 시공능력순위도 현재 17위에서 5위권으로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사실 건설업체가 무차입 경영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임 사장은 이같은 목표를 대내외에 당당히 밝히고 있다.

주위에서도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역량을 고려해 볼 때 불가능할 것도 없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임 사장은 64년 7월 롯데 공채1기로 입사해 40여년을 롯데에서 일해온 정통 "롯데맨"이다.

말단직원에서 시작해 사장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하다.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햄.우유 부산롯데호텔 등 10여개의 계열사 사장을 두루 맡는 동안 그는 신격호 롯데회장으로부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기도 했다.

그의 인생은 롯데그룹의 살아있는 사사(社史)나 다름없다.

임 사장은 특히 신규사업을 벌이거나 어려운 기업을 되살리는데는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왔다.

그래서 그룹내에선 "해결사" "불도저" "만물박사" 등으로 통한다.

그가 롯데제과 영등포 부공장장이었던 73년 여름 엄청난 홍수로 공장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공장내의 비스킷 기계를 보호하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이틀 밤낮동안 물을 퍼냈다.

기계는 50만달러의 일본차관으로 들여온 것이었다.

"미친 X"이란 비난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결국 그는 물길을 잡아 공장을 무사히 건져냈다.

임 사장이 롯데건설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1년 롯데건설 중동본부장을 맡으면서부터다.

롯데건설은 당시 부도위기에 처해 있던 평화건업을 인수한 회사였다.

중동공사를 주로 수행하던 평화건업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적자를 내고 있었다.

임 사장은 5년동안 뛰어난 현장관리능력을 발휘, 말끔하게 중동공사를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그후 85년부터 5년간 롯데잠실건설본부장, 부산롯데월드건설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롯데그룹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시공해 냈다.

이로써 "건설경영인"으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굳혔다.

그가 롯데건설 대표이사에 선임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4월.

건설업체들이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 고통을 겪고 있을 때였다.

당시 경쟁업체들이 보수적 경영을 펼칠 때 그는 오히려 수주확대를 통해 공격경영으로 방향을 잡아나갔다.

우선 그는 아파트에 브랜드를 도입하는 일을 시작했다.

대형평형 위주의 고급아파트엔 "롯데캐슬", 일반아파트엔 "낙천대"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여기에 호텔급의 품질을 내세우며 아파트 시장을 파고들었다.

첫 작품으로 내놓은 서울 서초동 "롯데캐슬84"이 대성공을 거뒀다.

분양가가 1천만원대의 고급인데다 공급시기가 외환위기 한파가 채가시기 전인 99년 2월이어서 주위에서는 분양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고급 아파트를 찾는 수요층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 그는 승부수를 던졌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1순위에서 전가구가 마감됐다.

이로인해 경쟁업체들까지 잇따라 고급주택을 선보이면서 99년엔 "고급아파트 열풍"이 불었다.

그 후로도 롯데아파트의 분양 성공은 계속됐다.

작년 3월 공급된 잠원동 롯데캐슬과 대치동 롯데캐슬 등은 청약률이 각각 35대 1, 1백32대 1을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도 신년초부터 1천가구 규모의 서초 삼익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수주, 주택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임 사장이 롯데건설을 맡은후 수주실적도 급신장했다.

98년엔 7천4백억원이었던 수주액이 99년 1조5천1백억원, 작년엔 2조1천억원으로 취임 당시보다 2백84%나 상승했다.

그는 자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자기 일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