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인 한국부동산신탁의 사업관리마저 제대로 못한 한국감정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한 외국계 부동산투자회사 사장의 불만 섞인 목소리다.

그동안 한국에서 부동산감정평가를 할 때 민간 감정평가기관 대신 감정원을 이용해 왔던 다국적 부동산투자회사들은 이제는 감정원마저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처럼 한부신의 부도 여파는 관련 하도급업체와 분양받은 사람들 뿐 아니라 대표적인 감정평가기관이자 공기업(정부지분 49.4%)인 한국감정원에 대한 ''신용도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감정평가업계의 총본산으로서 고객재산을 정확히 평가해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1969년 설립된 감정평가전문 공기업''(감정원 홈페이지)이라는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형국이다.

감정평가는 토지나 건물 등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따지는 작업이다.

공시지가 산정은 물론 경매물건을 평가하거나 건물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때에도 활용된다.

부동산과 관련된 거래의 밑바탕이라 할 수 있다.

공공평가기관이 신뢰성을 잃은 상황이라면 부동산 거래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은 리츠(부동산투자신탁)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일반인들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주는 리츠제도도 믿을 만한 감정평가가 뒷받침되지 않고선 제대로 자리잡을 수 없다.

한부신사태는 우리나라 대표적 감정평가기관의 신용을 회복하는 일을 또 하나의 과제로 남겼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