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구 사장 >

대림산업은 올해로 회사창립 61년째다.

국내 건설업체 가운데 가장 오래된 회사지만 일반인에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토목사업 분야에선 실력있는 회사로 평가받지만 불특정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아파트사업은 많지 않았던 탓이다.

대림산업은 3년전부터 아파트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리고 올 1월에는 "대림아파트 e-편한세상"이란 아파트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다가섰다.

지난 2월엔 회사창립이후 처음으로 아파트브랜드를 알리는 TV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TV광고가 나가자 업계에선 "대림이 늦바람 났다"라는 말도 나왔지만 동시에 늦바람이 더 무섭다는 속담도 대림을 두고 한 셈이 돼 버렸다.

올해 대림의 아파트 분양실적은 좋았기 때문이다.

대림이 올해 공급한 아파트는 모두 9천3백70여가구다.

이 가운데 팔리지 않은 아파트는 8백여가구 정도다.

미분양률이 10%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사업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주택업계에선 초기 미분양률 30~40%정도면 성공한 분양으로 판단한다.

주택업계의 이런 기준에 비춰볼때 대림이 기록하고 있는 10%이하의 미분양률은 올해 19차례 분양에서 거의 매번 안타를 날렸다는 반증이다.

홈런성 분양도 몇차례 있었다.

대림이 지난 3월 제주 연동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한 3백66가구는 모두 팔렸다.

대림이 제주에서 아파트 분양에 성공하자 분양을 미뤄왔던 다른 업체도 뛰어들었다.

제주에서 아파트 분양의 기폭제가 된 경우다.

지난 11월 서울 청담동에서 공급한 26,30,36,42,49평형 아파트 1백32가구의 평균 경쟁률은 97대1이었다.

89가구를 분양한 30평형의 경쟁률은 1백16.2대1을 기록,서울지역 10차 동시분양에 선보인 아파트 가운데 최고였다.

부동산경기 침체속에서도 대림이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히트를 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아파트브랜드를 대대적으로 알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포장보다는 역시 품질이 앞섰다고 볼 수 있다.

대림아파트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튼튼하다"는 것이다.

일부 대림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나더라도 대림이 지은 건물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하곤 한다.

규정대로 건물을 짓는다는 것을 과장해서 하는 얘기지만 어쨋든 대림아파트엔 탄탄하다는 인식이 따라 다닌다.

대림은 여기에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평면,깔끔한 마감재,특색있는 단지조경 등 아파트의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들을 올해부터 대거 채택했다.

디지털시대에 발맞춰 올해부터 공급한 아파트단지에 전용 인터넷홈페이지와 모든 입주가구에 이메일주소를 부여하고 있다.

입주자들에게 편리한 인터넷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아이씨티로)도 별도로 설립했다.

아파트브랜드가 상징하 듯 디지털시대에 편리한 아파트를 짓기 위한 노력들이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 든 것으로 대림은 분석하고 있다.

대림은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사거리 인근에 상설 주택전시관(e-리빙 월드)을 개관했다.

이 곳엔 견본주택 3실,미래형 주택컨셉트를 전시하는 정보화 주택관,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이벤트홀 등이 있다.

상설전시관 개관은 올 한해 일회성 분양히트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얻겠다는 대림의 의지표현이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