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중개업소엔 이른바 ''현금확보형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이사를 하기 위해 내놓는 매물이 아니라 재테크용 현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나오는 매물이다.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가 치솟았던 IMF체제 때와 비슷한 방향으로 경제가 가고 있다는 판단 아래 현금을 손에 쥐고 있다가 기회가 오면 바로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내놓는 매물인 셈이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우성공인 임용순 대표는 "2년 전엔 개인사업자들이 운영자금을 마련하거나 금리가 비싼 빚을 갚기 위해 내놓는 급매물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파트를 일단 팔아 현금화하려는 매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목동이나 분당 일산 등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분당 궁내동 중앙공인의 임택옥 대표는 "한달 전만 해도 많지 않았던 매물이 지금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들 매물중에 상당수가 현금확보형 매물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금확보형 매물이 늘어나는 것은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아직은 집값을 그런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급락하기 전에 처분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실직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짐에 따라 ''생계형'' 매물도 일부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IMF체제 초기엔 퇴직할 경우 그나마 기본 퇴직금에다 퇴직위로금 등의 명목으로 가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혜택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매물이 늘고 있지만 아직 매매거래가 활발한 것은 아니다.

호가를 기준으로 한 매도희망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데다 사려는 사람들은 집값이 더 떨어지면 사겠다는 입장이어서 매수문의는 뜸한 상황이라는 게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