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계동에 있는 현대건설 본사 사무실엔 대부분 출입통제 장치가 없다.

그러나 설계실만은 다르다.

출입문에 버튼식 잠금장치와 함께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는 경고의 글이 적혀 있다.

주택건설업체마다 설계실은 1급 통제구역이다.

보안도 철저하다.

설계실은 각사의 대표적인 상품(아파트)을 뽑아내는 산실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평면은 비슷비슷해보이지만 업체마다 특징이 있다.

업체들은 대개 표준형과 특수형으로 구분해 평면을 선보이고 있다.

표준형은 해당업체 아파트의 얼굴이다.

각사마다 설계기술을 집약해 정형화한 평면이다.

표준형의 큰 틀안에서 라이프사이클 가족수 연령 등을 감안해 분양할때 마다 조금씩 변형된 평면을 내놓고 있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형 주택업체들은 약 3개월에 한번씩 새로운 평면을 선보이고 있다.

수요자들의 설문조사와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수요패턴의 데이터베이스가 신평면개발의 주된 참고자료다.

설계실 인력들은 하나의 평면을 탄생시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한다.

일단 새로운 평면이 개발되면 대개 회사임직원 부인들에게 평가를 부탁해본다.

여성들이 아파트 구매를 결정하는 주요 수요층이기 때문에 임직원 부인들을 통해 성패여부를 미리 가려보는 것이다.

임직원부인들의 의견에 따라 색상과 마감재가 대폭 교체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수형 평면은 특별한 입지에 적용시킬 해당회사의 야심작이다.

한강변이나 경관이 뛰어나 부지에 건립할 아파트에 채택되는 평면이다.

이런 평면은 공모를 통해 아파트 설계전문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설계기간도 6개월이상으로 표준형 제작기간에 비해 2배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