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의 그럴싸한 ''정책포장술''에 속지마십시오"

일산신도시의 러브호텔 퇴출운동에 참여중인 주부 김순영(42·일산 대화동)씨는 또 신도시개발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격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 가족이 지난 92년 가을 입주초기의 교통 쇼핑등 온갖 생활불편을 무릅쓰고 이사를 올 때는 당시 건설부(현 건교부)와 토지개발공사(신도시개발기관)가 내세웠던 ''신도시비전''에 혹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때의 안내팸플릿 문구까지 김씨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통일시대에 대비한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외교단지와 출판문화단지까지 갖춘 21세기형 국제화도시''

이런 거창한 비전과 그럴싸한 슬로건으로 포장된 일산이 자족적 국제화기능을 갖추기는 커녕 ''러브호텔 천국''으로 변해가고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김씨는 사기를 당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웬만해선 지역문제점을 털어놓지않는 현지 부동산중개인들도 "생산적 특화기능이 없다 보니 서울인근에서 흔히 보는 러브호텔과 나이트클럽만 번창하는 ''야간소비형''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자녀들이 러브호텔 숲을 지나 학교를 오가는 것을 보다 못해 퇴출운동에 동참했다는 주엽동의 한 주부는 "(중앙)정부가 부동산장사(아파트분양)만 하고 도시행정에 미숙하기 짝이 없는 고양시에다 신도시관리를 맡겨버린 것은 물건만 팔고 줄행랑을 쳐 버린 사기업자의 짓이나 다를 바 없다"고 분노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교수는 "물부족에 대비한답시고 동강댐건설을 추진했던 것이나 미분양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장기주택공급을 위해 신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같은 맥락의 시대착오적인 부(部)이기주의"라면서 "기존신도시에 대한 평가작업도 없이 건교부가 또 나서는 것은 ''만용''"이라고 꼬집었다.

아무래도 건교부는 일산 분당등을 명실상부한 신도시로 만들기위한 대책부터 내놓든지 아니면 ''신도시''가 아니라 지난 30년간 물량공급위주로 추진해온 ''주택단지사업''을 몇 개 더 추가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게 나을 것 같다.

문희수 산업부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