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업계에서 인터넷아파트 2라운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에 이어 콘텐츠 경쟁이 한창이다.

건설업체들은 이미 2년 전부터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초고속 인터넷망을 갖춘 아파트를 공급하는 데 주력해왔다.

아파트 안에서도 초고속으로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정보화 고속도로"가 깔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같은 고속도로에서 얼마나 멋진 차를 가지고 달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바로 "콘텐츠"다.

어떤 콘텐츠가 제공되느냐에 따라 주민들이 아파트에서 PC를 이용해 얼마나 다양한 서비스를 값싸고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가가 결정된다.

1라운드에선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콘텐츠를 주 무기로 내세운 2라운드에선 콘텐츠를 제공하는 수많은 정보통신업체들이 가세하고 있다.

<> 어떻게 운영되나 ="씨브이네트""아이씨티로" 등의 아파트단지 정보화 전문회사들은 아파트의 개별가구가 아니라 아파트단지 전체를 하나로 묶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게 특징이다.

대규모 단지일수록 커뮤니티 활동이 보다 활발해지는 등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들 전문회사는 우선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과 손잡고 총괄 데이터센터격인 "메인서버"를 운영한다.

개별 아파트단지마다 설치되는 "로컬서버"는 두루넷 등의 통신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인터넷 전용망으로 메인서버와 연결된다.

전용망 서비스를 통해 아파트에선 전송속도가 기존의 전화선보다 1백배 이상 빠른 초고속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다.

아파트단지 안에선 구역내통신망(LAN)으로 연결돼 주변의 상가와 지역생활정보 등 생활편의시설에 관련된 정보를 하나로 묶는다.

또 메인서버에선 광역통신망(WAN)을 통해 홈쇼핑에 필요한 백화점이나 서점 등은 물론 의료 및 법률회사나 교육기관 증권회사 구청 등이 연결된다.

특히 삼성의 씨브이네트에선 휴대용 모니터인 "홈패드"를 무료로 지급해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도 소파 등에 앉아 화면을 손가락으로 눌러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현대의 인터넷아파트에선 PC 없이도 TV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TV"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이들 전문회사는 대개 포털.콘텐츠 서비스를 통한 가맹점 수수료나 광고수입 등으로 수익을 낼 계획이다.

대신 주민들에겐 초고속 인터넷을 무료 또는 값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 주요 콘텐츠 =이처럼 아파트단지에 설치된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다양하다.

우선 집안에 설치된 PC만 켜면 주변 상가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손쉽게 주문해 전달받을 수 있다.

햄버거나 피자를 먹고 싶다면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주변 상가에서 가격 등을 확인해 주문하면 된다.

비디오 대여점이나 세탁소에도 연결해 언제까지 가져다 달라는 주문을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

홈쇼핑이나 주식투자를 위해 일일이 해당 사이트를 찾거나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모니터상에 연결된 백화점에 곧바로 물건을 주문할 수 있고 주식시세도 실시간으로 확인해 거래할 수 있다.

은행과도 연계돼 있어 인터넷뱅킹도 손쉬워진다.

아파트에 무단침입자가 있을 경우엔 통신위성을 통해 즉시 발각돼 경보사이렌이 울린다.

동시에 아파트단지를 맡고 있는 보안전문업체에서 출동해 "사건"을 해결해준다.

이같은 보안서비스를 통해 아파트 경비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해당 동사무소나 구청에 관련된 행정민원도 집에서 간단하게 처리하고 인근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지역생활정보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부 관리회사들은 다양한 원격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가정마다 보급된 청진기로 자신의 맥박을 인터넷으로 전달,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원격진료도 가능하다.

화상전화나 원격교육은 물론 무료 법률자문까지 받을 수 있다.

게시판이나 e메일을 통해 주민들은 어느 가게의 물건이 좋다든지 어디가 값싸다는 등의 의견을 나눌 수 있다.

가계부를 별도로 쓰지 않더라도 일정한 기간 자신의 씀씀이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디지털 가계부"도 도입된다.

이처럼 집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갈수록 충실해질 전망이어서 아파트단지도 이제는 단순한 주거개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같은 아파트단지 정보화 사업이 정착되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일들을 집안에서 간단한 "마우스 클릭"만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