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선시공 후분양"기법을 도입한다는 광고를 하는 주택건설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선시공 후분양은 말 그대로 업체가 아파트를 미리 지어놓은 다음 주택 수요자들에게 파는 방식이다.

아파트 부지에 말뚝만 박아놓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공사를 수행하는 기존 선분양과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분양열기가 시들해지면서 주택 판매에 비상이 걸린 업체들이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새로운 마케팅 기법인 셈이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아파트의 속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의미의 선시공 후분양과는 거리가 있다.

경기도 용인시 구성면 보정리에서 아파트 2백32가구를 분양하는 대림산업의 경우 "선시공 후분양"개념을 도입,총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을 전액 무이자로 대출해주고 입주때 잔금과 함께 갚으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럴 경우 수요자 입장에서는 평형에 따라 금융비용을 최고 2천만원까지 줄일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선시공 후분양이라기 보다는 중도금 납부시기를 늦춰주는 것일 뿐이다.

분양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낸 사람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엄연히 "선분양"이다.

용인시 구성면 언남리에서 오는 28일부터 아파트 8백38가구를 공급할 동일토건의 경우도 비슷하다.

이 회사는 "선시공 후분양"대신 "선착공 후분양"이란 표현을 쓴다.

지난 1월에 착공,터파기 공사가 진행중인 아파트를 분양하기 때문에 공기를 3개월이상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 경우에도 입주시기가 조금 빨라지고 금융비용 부담이 다소 줄어들 뿐 선시공 후분양과는 다르다.

건설업체들이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마케팅기법을 도입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수요자들로서도 일정한 혜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나쁠게 없다.

문제는 업체들이 그런 기법을 사실과 다르게 알려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어려운 때일 수록 정공법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

수요자들도 그런 업체를 더 신뢰하기 마련이다.

송진흡 기자 jinhup@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