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에 떴다방 비상이 걸렸다.

일종의 이동복덕방인 떴다방은 실수요자들의 청약기회를 박탈하고 가격거품
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분양시장 질서마저 왜곡되는 양상이다.

이들의 수법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계약전 분양권 불법전매를 부추기고 자릿세를 뜯어내는 것은 보통이다.

분양업체를 대상으로 일정물량의 아파트를 떼어달라고 담판을 벌이기도
한다.

그 행태가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는게 분양담당자들의 진단이다.

주택업체들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신규분양시장을 떴다방들이 흔들어
놓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30일 오후1시 서울 문래동 LG아파트 견본주택 현장.

견본주택 주변은 물론이고 그 안에서도 떴다방들이 예비수요자들을 상대로
버젓이 청약상담을 하고 있었다.

"대형 평형이 좋다" "1순위통장이 있으면 싸게 팔아라" "당첨되면 웃돈을
얹어 팔아줄테니 연락해 달라"는 등 주문도 다양하다.

견본주택을 살펴보러온 실수요자들의 얼굴에선 짜증이 배어나온다.

견본주택 밖에선 이들이 일당을 주고 고용한 사람들이 열심히 명함을
돌린다.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나올 때까지 받는 명함만도 10여장이다.

견본주택으로 통하는 길목은 이들이 펴놓은 파라솔과 노점상들이 뒤섞여
아수라장이다.

이곳에서만 활동하는 떴다방들이 족히 2백~3백명은 될 거라는게 LG측의
귀띔이다.

29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 견본주택 앞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1백여명이 줄을 선 가운데 새치기를 한다는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청약이
중단되곤 했다.

분양회사와는 관계없이 떴다방들이 만든 각종 번호표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청약은 경찰 2개중대가 대기한 채 "살벌한" 가운데 실시됐다.

떴다방들의 진입을 막기위해 견본주택은 공개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이날 청약접수를 놓고 벌어진 회사측과 떴다방들간의 승부는 떴다방의
한판승으로 끝났다.

이날 청약한 사람들의 80%이상이 가수요자인 것 같다는게 회사측 관계자의
실토다.

실수요자들의 청약기회는 여지없이 박탈당한 것이다.

회사측은 떴다방들을 막기위해 선착순접수가 아닌 "3배수 추첨"을 도입했다.

청약금 외에 인감증명 주민등록등본 인감도장 신분증사본을 제출하도록
했지만 이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분양을 담당한 대우건설 관계자들은 청약이 하루 만에 끝났지만 즐거워
하기는 커녕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올들어 청약경쟁이 치열했던 곳에선 어김없이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

특히 선착순으로 모집하는 조합아파트나 주상복합아파트에선 더욱 그렇다.

가수요로 인해 가격거품이 발생하고 시장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회사측이 이들을 통제하려 해도 속수무책이다.

그만큼 준비가 치밀하고 조직적이다.

하루 만에 수억원이상을 조달할 수 있을 만큼 자금력도 탄탄하다.

떴다방들은 통상 청약 2~3일전부터 견본주택 주변에 모여든다.

미리 수집한 정보들을 토대로 작전을 짜고 실행에 옮긴다.

청약 전날밤엔 이들이 일당 7만~10만원씩을 주고 고용한 심부름센터직원
아르바이트생 실직자들이 줄을 선다.

이른바 밤샘 줄서기다.

이들은 번호표를 나눠주고 다른 사람이 끼여들지 못하도록 수시로 감시한다.

청약당일 실수요자를 상대로 수백만원의 자릿세를 받아먹기 위해서다.

이렇게 해서 확보한 물량은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실수요자들에게
넘겨진다.

청약통장이 필요한 서울 동시분양이나 수도권 아파트 분양때도 양상은
비슷하다.

돈이 될만한 아파트엔 어김없이 이들이 끼여든다.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회사측에 일정물량을 떼어달라고 협상을 시도하기도 한다.

협조하지 않으면 청약이 순조롭지 못할 것이라고 은근히 협박하는 것도
예사다.

올들어 분양시장이 살아나면서 다시 등장한 떴다방들의 활개는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특히 지난 3월 분양권전매가 허용된 후엔 분양권이 합법적인 투기수단으로
까지 변질되고 있다.

지난 80년대말 분양권전매가 일시적으로 허용됐을 때 입주때까지 5~6회
손바뀜이 이뤄지며 나타났던 투기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주택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공급자와 수요자들 사이에 끼여 가격거품을
조장하고 불로소득을 챙기는 떴다방들을 규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유대형 기자 yoodh@ 손희식 기자 hssoh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