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저녁부터 서울 영등포구 대우 드림타운 모델하우스 현장에는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1천5백명을 넘는 사람들이 밖에서 진을 치고 있다.

26일부터 선착순 접수하는 이 아파트 조합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다.

방한복이나 담요, 손난로 등으로 추위를 견디며 줄을 사수하는 모습은
차라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2백만~3백만원의 웃돈을 주고 앞자리와 바꾸는 "청약 자릿세"거래도 간간이
눈에 띌 정도다.

최근들어 조합주택의 청약열기는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작년 12월 현대건설(평촌), 이달초 동문건설(파주), 지난 22일 대림산업
(산본) 등지의 분양현장이 모두 이랬다.

인파로 터져나갈 듯한 모델하우스 풍경이나, 밤샘하는 모습이 지난 84년의
상계동 주공아파트나 90년의 수도권 5개 신도시 청약열기를 연상케한다.

그토록 열망하던 부동산시장에 과연 봄은 오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조합주택에만 한정된 일과성 현상인가.

전문가들의 견해는 전자쪽으로 기운다.

부동산으로 시중 자금이 이동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예광탄이라는 것.

이는 주식시장이 하향하기 이전부터 예견됐었다.

주식시장이 급등했을 때 치고 나온 투자자들이 부동산쪽으로 말을 갈아 탈
가능성이 높아서이다.

그러나 "일과성"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오는 3월부터 분양권 전매가 허용됨에 따라 "단기차익"을 노리는 세력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대우 드림타운 등 이번에 분양하는 조합아파트들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천만~3천만원 싼 편이어서 당첨 즉시 분양권을 팔아도 상당액의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시장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투기세력이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MF체제 이후 냉기가 감돌던 부동산시장에 봄기운이 돈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금융권및 재계의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등 경기전반에
커다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게 투기로 이어진다면 부동산시장은 물론 나라경제가 다시
어려움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투기에 너무 놀라 솥뚜껑만 봐도 가슴앓이가 도진다.

"투기를 억제하면서 경기를 살리는" 정책당국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방형국 사회2부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