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습니다"

둥들둥글한 지붕모양 때문에 "버섯집"으로 불리는 수원시 변두리 주택가
장기형씨의 2층집은 황토가 주요재료다.

건물면적이 1백20평인 이집은 지붕과 주차장공간을 제외한 외벽은 물론
내부벽면도 황토로 마감됐다.

외벽에만 황토를 바른 일반 황토집과는 전혀 다르다.

황토집의 특성이 그렇듯 여름에는 동굴속처럼 시원하고 겨울엔 포근하다.

습도도 난키우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70%수준으로 항상 유지된다.

그래서 지병으로 고생하던 부인 오정순씨의 관절염도 씻은듯이 나았다.

담배를 피워도 연기와 냄새가 금방 사라진다고 한다.

장씨가 황토집을 구상한 동기는 단순했다.

명절때 내려간 처가집(경주)에서 잠시만 눈을 붙여도 장거리운전에 따른
피곤함이 씻은듯이 가시는 경험을 여러번 했다.

왜 그런지를 따져보다 처가가 흙과 나무로 지은 3백50여년된 고가였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수원시내 아파트에서 살던 그는 흙집을 짓기로 하고 3년전부터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95년 평당 1백38만원에 집터(90평)를 마련했다.

그뒤 전문서적을 뒤적이고 기존의 황토집들을 둘러보며 집짓는 방법을
연구했다.

건축은 96년 가을부터 시작해 6개월만에 끝냈다.

3개월간은 외부공사를 했고 겨우내 내부공사를 마무리, 이듬해 3월 입주했다

설계, 철골세우기 등 초기작업만 외부 전문가의 힘을 빌렸고 내부공사 등
대부분의 공정은 장씨가 직접 챙겼다.

지붕은 여주에서 구워온 자기를 파편형태로 만들어 붙여 완성미를 높였다.

그가 특히 신경쓴 부분은 집내부를 황토벽으로 바르는 마감작업.

품질이 좋기로 소문난 황토인 경주 동토를 현지에서 트럭으로 운송해와
1년여 묵힌 짚과 우뭇가사리등 해조류를 함께 섞어 발랐다.

문짝이나 조명시설 등도 서울 을지로 청계천 세운상가 등을 돌아다니며
직접구해 달았다.

덕분에 공장에서 주문하는 것보다도 비용은 절반이면서도 마음에 들게 꾸밀
수 있었다.

또 황토벽면 자체가 훌륭한 인테리어의 기능을 겸해 집안 장식비용도 거의
들지 않았다.

이렇게 돈을 아낀 탓에 비싼 황토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비는
설계비를 포함해 평당 2백60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장씨는 "황토집에서 살다보니 건강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고향집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며 흡족해한다.

< 백광엽 기자 kecore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