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하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급증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2월말까지 자치단체에 폐업을 신청한 중개업소는 모두
1천2백여개 업소.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백32개보다 두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임시 휴업에 들어간 업소까지 포함하면 실제 영업을 포기한
업소는 지난해보다 세배이상 될 것이라는게 부동산 업계의 추산이다.

부동산중개업소는 전국에 모두 4만1천6백여개인데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에만 4분의 1이 문닫는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6천5백개 업소가 문을 닸았었다.

중개업소의 폐업은 지역이나 취급업종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분당 신도시의 경우 중개업을 그만두려해도 그만두지 못하는 중개사들이
허다하다.

중이 제머리 깎지 못하는 식으로 자신이 들어있는 점포가 빠지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그냥 붙어 있다는 것이다.

분당 일대 중개업소의 경우 월세 1백20만~1백40만원 등 월 경비가
2백만원정도 소요되나 인건비는 고사하고 월 경비도 빼지 못한다는 것.

무지개마을에서 중개업을 하는 김학진(41)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전세계약서만 딱 한번 작성해봤다"고 자조하며 "점포가
빠지는대로 휴업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경우 더 심각하다.

서울 동대문구 한신아파트단지 인근에는 작년 11월만해도 20여개 업소가
성업했으나 지금은 10개 정도만 명맥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이같은 사정은 목동 개포동 상계동 등 대단위 아파트 밀집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남양주 양평 등 전원주택 카페 등을 주로 거래하는 업소들도 휴.폐업
대열에 합류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때 잘나가던 이들 지역 전원주택 등이 급매물로 쏟아져 나와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아예 문을 걸어 잠근채 철수해 버린 것.

일산 신도시 학산중개소 강영철씨는 "봄은 왔지만 봄이사철은 구경도
못했다"는 말로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 방형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