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도 틈새상품은 있기 마련이다.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에서도 입지여건에 맞는 상품을 골라
효과적으로 개발하면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말 금융기관에서 명예퇴직 한 후 실의에 빠졌던 강양호씨(49)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임대주택사업을 벌여 전환위복을 이룬 케이스.

강씨는 살고 있던 집을 밑천으로 삼아 퇴직금과 그동안 저축했던 돈을
투자해 부동산개발에 성공했다.

퇴직후 강씨는 은행업무 외에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자녀들이 성장함에 따라 고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했고 거주하고 있던
단독주택도 낡아 보수도 시급했다.

외국인을 고객으로 하는 임대사업이 수익성이 높다는 정보를 접한
강씨는 이 기회에 단독주택을 다가구로 개축, 임대사업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다행히 강씨 집이 있는 서울 삼성동은 외국기업과 외국어학원이 밀집,
수요층이 두터운데다 아셈(ASEM)회의장과 제2무역센터가 들어서면 상주
외국인도 늘어나 사업성이 밝아 보였다.

강씨는 우선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이태원동 한남동 연희동
등을 돌며 임대사업을 위한 시장조사에 나섰다.

외국인들은 아파트보다는 빌라형 고급주택을, 소형보다는 대형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외국인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주차공간이 넉넉해야 하고
침실보다는 거실을 중심으로 내부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시장조사를 끝낸 강씨는 은행근무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주택전문건설회사
이안주택건설을 찾았다.

친분을 이용해 설계와 건축을 맡기는 대신 부족한 건축비는 건물이
준공한 뒤 사후 정산키로 했다.

이 회사는 강씨의 단독주택이 약간 언덕배기에 위치한 특징을 살려
필로티개념을 도입, 지하1층 지상3층의 다가구주택으로 개축키로 했다.

경사지에 집을 지을 경우 지하층은 건축법상에만 지하층이지 실제로는
지상층과 똑같이 지상에 돌출된다는 것도 충분히 감안했다.

또 지하층과 지상1층 일부에 승용차 9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을
설치하고 내부는 방보다 거실을 넓게 만들고 거실과 주방을 분리했다.

임차인을 모으는데는 독특한 외관이 중요하다고 판단, 점토질 벽돌과
화강석을 섞어 치장하고 부분적으로는 유리블럭도 사용해 개방감을
강조했다.

각 층은 48평형으로 모두 4가구가 입주할 수 있도록 했다.

강씨 가족이 한층에 거주하고 나머지 방 3개는 각각 1년치 월세로
3만달러씩 모두 9만달러를 받았다.

공사는 지난해 10월 착공에 들어가 지난 2월 마무리됐다.

총비용은 모두 4억8천만원이 소요됐으며 강씨는 퇴직금을 포함
3억5천만원을 투자했다.

준공과 동시에 임대에 성공, 공사금 부족액 1억3천만원을 갚고도
2천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임대 첫해는 공사비 일부를 부담해 가용자금이 적지만 임대료가 전부
순수익으로 잡히는 내년부터는 생활이 넉넉해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강씨는 또 임대 당시 환율(1달러에 1천7백원)이 높아 달러로 계약했지만
환율이 떨어지면 내녀부터는 원화로 계약을 체결, 수익을 더욱 높일
예정이다.

< 김태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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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