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 가운데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입주전에 아파트 공급업체가 도산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탓이다.

주택사업공제조합의 주택분양보증제가 시행되고는 있으나 업체부도는
계약자들에게 정신적 물질적으로 만만치 않은 피해 준다.

아파트를 연 1만가구이상씩 분양하던 업체들까지 무너지는 판이니까
수요자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요즘 논란을 빚고 있는 선납할인제만해도 그렇다.

중도금을 미리 내면 높은 이자를 받기는 하지만 업체가 도산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주택사업공제조합은 중도금 납입기일이 주택공급업체 부도일 이전일
경우 선납한 돈에 대해서만 보증을 해주고 부도일이후 선납분에 대해선
책임을 질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좀 야박해 보이는 면은 있으나 공제조합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선납금은 업체가 입주 예정자들로부터 높은 이자를 주고 임시로 빌려
쓰는 돈이고, 업체가 선납금을 해당 주택을 짓는데 전액 사용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질수 없다는 논리이다.

아직은 입주 예정자가 선납금을 떼인 사례는 없으나 중도금 선납을
염두에 두고 있던 입주 예정자들은 선납을 망설일수 밖에 없다.

비단 선납금뿐 아니라 주택 청약자들은 요즘 집을 마련하면서 따져봐야
할게 많다.

주택이 지어지는 지역의 입지여건 분양가격 등 기본적인 사항에서부터
융자알선여부 및 융자조건, 입주때까지의 금리부담액, 사업주체나
시공업체의 건실성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사업시행자나 시공업체의 건실성이다.

수요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규모가 작은 업체는 정부재투자기관인
부동산신탁회사를 사업시행사로 잡고 분양에 나서지만 부동산 신탁회사들도
경영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입지여건이 괜찮은 지역에서 아파트를 한채 분양받으면 상당한 차익을
얻을수 있었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었다.

그러나 이젠 그 공식이 깨지고 있다.

주택도 일반상품과 마찬가지로 새것(신규 분양 아파트)이 헌것(기존
아파트)보다 값이 비싼 "정상적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좋게 말하면 주택시장이 정부간섭없이 경제논리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수요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 이정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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