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체제와 관련, 정부의 부동산.건설산업 지원대책의 핵심으로 떠오른게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였다.

건교부도 이 문제에 대해 그 어느때보다 적극적 자세로 나와 업계의
기대를 부풀게 했다.

건교부는 이환균 장관을 비롯 실무진들까지 가세해 "이번 만큼은 분양가
자율화를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최악의 주택경기 침체로 주택업계들이 무더기로
연쇄도산할 경우 입주 대기자들의 피해가 사회문제화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주택업계의 대규모 부도가 가뜩이나 얼어 붙은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자금흐름의 경색으로 인한 경제파국 상황에서는 부동산경기라도 다소
부양해 돈의 흐름에 대한 숨통을 트여줄 필요가 있다는 일부 지적도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건교부의 주택정책중 최대 과제로 남아 있는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를 이번 기회에 실시, 주택가격 규제에 대한 짐을 벗어
던지겠다는 부처의 내심도 작용했다.

건교부는 그동안 주택가격을 규제해 오면서도 언젠가는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부담을 안아왔다.

이처럼 건교부가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탓인지 이미 이달초부터 업계는
물론 부동산가에서는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방안은 발표를 앞두고 다시
무산됐다.

건교부의 공식입장은 "자율화는 하되 이번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적절한 시기까지 연기한다는 설명이다.

자율화 시기 연기에 대해 건교부는 "경제 비상시국을 맞아 앞으로
경제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데다 돈의 흐름조차 예측할 수 없어
투기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불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그리고 "당분간 돈의 흐름을 예의 주시한뒤 다시 한번 최종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은 분양가 자율화 방침을 확정하고 관계기관과의 마지막
조율과정에서 또다시 정치논리에 밀려 좌절됐다는게 정설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분양가를 자율화할 경우 무주택 서민을
도외시한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어떤식으로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건교부는 분양가 자율화가 부처 고유업무인만큼 그대로
밀어부치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관계기관으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고
포기했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다.

이는 이장관이 "분양가 자율화에 대한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시중자금 흐름을 조금더 주시하며 분석한뒤 적절한 시기에 할 계획"이라고
밝힌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선거가 끝난뒤 빠르면 이달안에 분양가 자율화가 전격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건교부 주변의 전망이다.

< 김상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