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사고 팔 땐 따져봐야 할게 많다.

가격에서부터 주변환경 교통여건 지역개발전망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사항을 치밀하게 살펴본후 계약을 맺어야 한다.

웬만한 사람들에게 부동산은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한번 잘못
판단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거래에서 중요하면서도 소홀히 하기 쉬운게 있다.

바로 시간이다.

은행에 돈을 예치하면 이자가 붙는 것처럼 부동산에서도 시간은 돈과
직결된다.

그런데도 부동산거래에서 시간은 "무시"당하기 일쑤다.

예를 들어보자.

부동산시장엔 급매물이란게 있다.

급매물은 많든 적든 시세보다 싸다.

중소형아파트같은 소액부동산은 보통 10%정도 싼 값에 거래된다.

계절적 비수기에 비인기 지역의 급매물을 처분하려면 값을 더 낮춰야 한다.

짧은 시간안에 팔아야 한다는 이유 하나때문에 2억원짜리 아파트가
1억8천만원, 1억7천만원 등으로 가격이 낮아지는 식이다.

소액부동산은 그래도 좀 낫다.

수백억원대의 대형매물은 시세의 반값에 내놔도 팔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자구책으로 내놓은 대형부동산이 잘 팔리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사정이 이런만큼 수요자들은 부동산을 거래할 때 반드시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단기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특히 매도할 때 걸리는 시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값이 좀 싸다고해서 개발전망이 불투명한 지방의 임야나 농지를 사두었다간
멍들기 십상이다.

물론 투자기간이 길거나 80년대후반처럼 부동산가격이 무차별 급등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하지만 종류에 관계없이 부동산 가격이 단기에 동반상승하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

요즘처럼 부동산시장이 가라않아 있을 땐 상가나 오피스텔같은 수익성
부동산도 뛰어난 입지여건을 갖춘 곳이 아니라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은행금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낮은 가격에 임대를 하려해도 임대가
안되는 상가나 오피스텔이 즐비하다.

이런 경우엔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은 고사하고 매입가격보다 낮춰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

더구나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들여 투자한 경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많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도 입주시기가 언제인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비슷한 가격대에 공급되는 아파트라해도 입주시기가 늦다면 실제론 값이
비싸다고 보면 된다.

늦는 기간만큼 투입된 자금에 대한 금융비용이 들어가는 탓이다.

물론 부동산을 단순히 투자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별로 쓸모 없는 부동산도 다른 사람에게는 이용가치가
높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투자가치를 도외시한채 순전히 이용가치만 보고
부동산을 계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을 사고 팔 때 시간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

금융시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에서도 시간은 돈이다.

< 이정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