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의 지역별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역이나 단지에 따라 같은 평형대 아파트값이 심하게 차이가 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요즘들어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중소형평형 아파트값의 지역별, 단지별
차별화가 심화된다는 점이다.

가장 대중적 평형이라고 할수 있는 32평형 아파트값이 지역에 따라
2배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예를들어 도봉구 노원구 중랑구일대 32평형 아파트값은 1억4천만원에서부터
1억8천만원까지 형성돼있다.

이에 비해 강남구 일원본동 32평형 아파트는 2억9천만원에서부터 최고
3억7천만원까지 거래된다.

일원본동아파트 한채를 팔면 도봉구나 노원구 중랑구일대 같은 평형아파트
2채를 사고도 남는다는 계산이다.

3억7천만원이면 평당 1천1백56만원으로, 서울시내 일급주거지에서 분양되는
고급 빌라값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른바 "강남"이 아니면서도 중소형평형으로 평당 1천만원 가까이 하는
아파트는 곳곳에서 찾아볼수 있다.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 31평형이 3억~3억3천만원, 광진구 구의동 현대
프라임아파트 32평형은 2억9천만~3억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잠실 송파 여의도 목동 마포 등지의 일부 32~35평형아파트의 평당가격
역시 1천만원에 육박한다.

중소형 평형이 이런 만큼 대형평형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아파트값의 지역별 단지별 차별화가 뚜렷해지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들 고가의 아파트는 교통이나 생활여건, 주거환경, 경관, 시공상태 등이
뛰어나다고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아파트가 지금 형성돼 있는 값 만큼의 가치를 실제로 갖고
있다고 잘라서 말하기는 어렵다.

도봉동 일대의 주거환경이 일원본동에 비해 "집값이 절반밖에 가지 않을
만큼"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누가 단언할수 있겠는가.

결국 우리부동산시장에서 아파트값은 실제 가치보다는 느낌이나 집단욕구에
의해 형성된다는 "혐의"를 피할수 없을 것 같다.

지은지 10년 된 주변 아파트값이 2억원이라면 새로 입주한 아파트니까
2억3천만원을 받아야 하고, 강이나 산을 끼고 있을 경우엔 5천만원을
더 붙이는 식이다.

여기서 3천만원, 5천만원같은 액수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느낌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집값을 끌어올리려는 입주자들의 집단욕구가 워낙 강해 한번 오른
집값은 좀처럼 내리질 않는다.

어떻든 지역별 아파트값 차별화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땅값과 건축비 상승으로 새로 짓는 아파트값이 점차 비싸지는데다, 건설업체
들이 전략적으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잇따라 조성하고 있는 "특화단지"도
아파트값의 지역별 차별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같은 현상이 심화되면 서울및 수도권에 건립되는 특화단지를 대상으로
다시한번 투자바람이 몰아칠 가능성마저 있다.

재개발 재건축 용적률이 하향 조정된 이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도는 유동자금이 한꺼번에 특화단지로 몰려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이정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