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채당 10억원을 호가하는 대형빌라 판매는 저조한 반면 30~50평형대의
중형빌라는 불티나게 팔리는 등 빌라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강남의 청담 방배동을 중심으로 대량공급된
1백평형대의 고급빌라는 준공된지 1년이상 지났는데도 입주가 절반이상 안된
곳이 태반인 상태이다.

그러나 구기동 효창동 방학동 등지에서 분양된 중형빌라는 판매시작 한
두달안에 다 팔려나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빌라판매가 평형별로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대형빌라가 경기
침체와 적정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과잉 등으로 고전하는 반면 중형빌라는
인근아파트 대비 80~90%의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평형 개발로 틈새상품화에
성공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현재 대형빌라의 판매가 가장 부진한 곳은 공급과잉이 심한 강남의 청담동
방배동 일대.

지난 2~3년동안 이곳에서 자체사업 또는 지주공동개발 방식으로 건립된
빌라만도 20~30개단지 4백여가구 이상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중 판매가 잘 된 곳은 20%도 안될 것이라는게 인근 부동산
업소의 지적이다.

청담동 LG빌라(1백8평형.11가구)의 경우 분양을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으나 일부 가구만 팔렸고 지난 8월말 입주를 시작한 방배동
현대빌라(1백13평형. 19가구)도 절반이상이 비어 있다.

청구는 성내동에 건립한 입주 1년이 지난 빌라(1백5평형 17가구)의
미판매분 8가구에 대해 판매가격을 20%정도 내린 8억5천만원에 내놨으나
안팔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따라 이들지역에 뒤늦게 진출한 대형건설업체들은 사내 임직원에
헐값에 주거나 분양대행업자들에 매출액대비 5%이상의 리베이트를 주고
판매를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요층이 두터운 30~50평형대 중형빌라는 분양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분양을 마친 서울 효창공원 인근 롯데빌리지의 경우 38평형과 52평형
이 각각 8가구씩 공급됐는데 한달도 안돼 다 팔렸다.

전용면적이 동일평형 아파트보다 넓은 반면 가격은 평당 4백80만~5백80만원
으로 싸고 교통 주거환경이 우수한 점이 소비자들에 어필한 것 같다고 롯데
관계자는 분석했다.

구기동의 청구와 동익빌라는 1백가구를 각각 넘는 대규모 물량임에도 불구
하고 판매호조를 보여 관심을 모았다.

청구는 이곳에서 29평형 69가구, 48평형 45가구를 동시분양분으로 공급했는
데 2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조기에 분양을 마쳤다.

31,53평형 1백24가구를 올 상반기에 분양한 동익건설도 한달만에 분양을
완료했다.

이들 업체는 아파트 못지않은 짜임새 있는 평면구성과 적절한 입지선정으로
조기분양을 이끌어냈다.

도심내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고 녹지공간이 많아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추었으면서도 평당분양가를 인근아파트보다 10%가량 싸게 공급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올 12월 입주예정인 방학동의 우방빌라(22~49평형 48가구)도 도심
외곽이라는 불리한 입지여건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평면구성과 저렴한 가격
으로 단기간에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유대형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