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은 인공적인 건축물을 자연과 연계시켜 주는 공간이다.

따라서 정원의 꾸밈은 편안하고 부담이 없어야 한다.

정원은 건물의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그러나 요즘의 경우 주택공간의 변화에 따라 아파트나 연립주택 같은
공동주택의 정원은 너무나도 형식적인 정원 공간을 인공적인 구조물로
막아버려 실제로 접하기 어렵게 만들어 부담스럽고 겨우 관상만 가능한
정도로 만들고 있다.

우리조상들은 예로부터 정원을 만들때 음양오행의 법칙에 따라 신중을
기했다.

예를 들어 풍수에서 정원에 돌을 많이 깔면 음기가 성하여 집안이
망한다고 했다.

미신같은 말이지만 하나씩 살펴보면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얘기이다.

정원을 온통 돌로 깔아버리면 우선 생명력있는 흙을 덮어버리기에 지기를
막는 것이고 겨울철에는 돌의 특성상 밤사이 냉기를 축적하였다가 낮에
발산, 한기를 집안에 더해 주기에 거주자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반대로 여름에는 직사광선을 한껏 받은 돌은 계란을 즉석에서 익힐 수
있는 섭씨 80~90도까지 올라가기도 하며 이렇게 돌이 많이 있는 정원에서
발산되는 열이 흙으로 되어 있는 정원보다 2배 이상의 온도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기인 장마철에는 돌 밑에 있는 수분이 제대로 증발되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습기가 많은 장마철을 더욱 축축하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돌이 많은 정원은 여름에는 더욱 덥고 겨울에는 더 추운 환경을
조성하여 신선한 바람을 쏘이려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현상은 현대의 건축물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대형건물이든 소형건물이든 건축법상 건폐율을 최대치로 활용해 정원이나
마당의 공간을 최소한도로 줄였고 그나마 남아있는 20~30%정도의 공간도
온통 시멘트로 도배를 함으로써 정원의 역할을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흙은 잔디나 수목과 더불어 온도와 습도 조절을 자연적으로 하게 되어
있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정원의 목적은 단순히 관상의 목적보다 그곳에서 식사를 한다거나 혹은
거실 대신 가족들이 단란하게 모여 담소하는 장소이다.

따라서 정원은 관상의 대상으로 편안함도 주지만 실용의 대상으로서 더욱
중요한 것이기에 풍수에서 방의 연장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정원의 크기에 따라 잔디나 수목을 적절히
심어 실용성을 강조하고 관상의 요소도 어느 정도 가미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서울 등 대도시의 도로나 건축물이 거의가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되어 있어
여름철엔 복사열로 더욱 덥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여의도 광장을 공원화시킨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여의도에 커다란 정원이 생긴다는 것과 같다.

흙은 생명의 원천이다.

그래서 정원의 공간이 제한되더라도 흙이 차지하는 공간은 가능한한 많은
게 좋다.

정원은 지붕없는 방이기 때문이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