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에서는 인격, 성품, 지나온 생활까지 표출된다.

그러기에 인상만 보고도 상대방을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집이나 건물도 그 나름대로의 "상"을 가지고 있다.

풍수에서는 이것을 가상이라고 하여 중시했다.

집이나 건물의 가상에도 길흉이 있기 때문이다.

가상은 택지의 위치와 모양, 건축물의 방향, 내부구조, 외형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풍수에서 가상의 기초는 집터 잡는데 있다고 했다.

집터는 자연적 환경으로 그 형상에 따라서 거주자에게 길,흉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집터에서 길상은 동쪽이 낮고 서쪽인 높은 대지, 남서쪽이 낮고 북서쪽이
높은 대지, 앞쪽이 낮고 뒤쪽이 높은 대지이다.

그리고 남쪽에 충분한 공터가 확보된 대지와 동남쪽으로 강이나 호수 등
물이 있는 곳도 길상으로 본다.

이와 반대되는 형상은 흉상으로 판단, 풍수에서 피했던 것이다.

또 택지 위에 축조되는 인공 구조물인 건축물도 자연과 얼마나 조화를
잘 시키냐에 따라서 길상 또는 흉상이 된다.

하지만 건축물은 애초부터 잘 설계하면 터의 부족함도 보완하고 풍수상
좋은 가상을 만들수 있다는 점에서 대지와 다르다.

사람의 이목구비가 적절히 조화되어야 좋은 상으로 되듯이 건축물에서도
용도에 따라서 각부문은 적절히 배치하고 외형상으로도 아름다운 모양을
띄어야 좋은 건물이 되는 것이다.

요즘 건축물의 경우 내부 구조에 대해서는 신경을 써도 외부 형태에 대해
서는 그리 큰 비중을 두지않는 경향이 있다.

가상학상 건축물을 지을 때 대문이 집에 비해서 너무 크거나 작으면
안된다.

부엌과 거실의 위치 등을 여러가지로 가리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사람은 잘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고 흠결이 있으면 인공적으로 성형 수술
하여 보완하기도 한다.

남은 건물도 조금만 치장을 하면 가치가 변하는 경우가 많다.

건물을 지을때 내부 구조도 중요하지만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형상도 중시
해야 한다.

예전의 우리 건축물은 외형에 신경을 많이 쓴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건축물들을 보면 천편일률적인 모양으로 기계로 찍어내듯이
지어진 것을 보면 예술적 감각을 떠라서 황량하기까지 하다.

건축물은 땅위에 인간이 창조하는 구조물이다.

건축물의 용도에 따라 외형을 차별화하는 것도 건축물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비슷한 돈을 들여 지은 건축물도 외부 모양이 아름다우면
가치가 30%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이중환은 "복거총론"에서 "사람의 살 곳을 정할 때에는
처음에는 지리, 다음에는 생활하는 도리, 그 다음에는 인심과 산수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가를 살펴 보라"고 하였다.

이러한 생활의 지혜를 음양 오행과 결합시키면 그 집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힘과 행복을 주고 불행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