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에서 건물은 음양과 오행의 조화에 따라 창조된 작은 우주로 본다.

그래서 주택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인간에게 편안한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체가 다리, 몸통, 머리의 구조로 되어 있듯이 주택도 아랫부분인 바닥과
중간부분인 벽체 그리고 윗부분인 지붕으로 구분된다.

이렇게 주택을 삼등분을 할때 지붕은 인체의 머리와 같다.

머리가 인체에서 중요한 것과 같이 지붕도 건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주택의 지붕은 비바람을 막고 직사광선을 가리는 등 실질적 용도 외에도
풍수상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내부적으로 지붕과 천정사이의 공간은 외부와 내부의 완충지대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 지붕은 완만하게 경사져있어 눈이나 비가 올때 빠르게 배수하는 기능도
있다.

특히 우리고유 주택에서 지붕의 선을 보면 미적감각이 뛰어날뿐 아니라
대개 주변환경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와를 얹으면 기와집, 짚을 얹으면 초가집, 너와를 얹으면 너와집으로
지붕의 재료에 따라서 주택이름이 정해진 것도 재미있다.

게다가 지붕의 보조재료가 흙, 해초, 짚, 나무 등 생명력있는 유기질
소재들로 구성되었기에 우리고유의 지붕은 그 자체가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신축되는 주택이나 건물에 아예 지붕이 없는 경우가 많다.

건축자재가 좋아져 방수와 단열에 이상이 없다고 하여, 칼로 무우를
잘라놓은듯 지은 상자모양의 건축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게 요즘의
현실이다.

주택난 해소라는 미명아래 획일적인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주택들은 우선의 편리함은 있지만 생명이 없는 집이다.

주변환경에 대한 조화나 건축물이 갖고 있어야할 인간적인 면을 완전히
무시해 버렸기 때문이다.

자연에 순응하여 집을 지으며 절반은 자연속에 사는 것이다.

우리 고유의 지붕은 그 자체가 자연이고 생명이었다.

이전과 같이는 못하지만 현재와 같이 머리없는 주택건축을 지양하고
어떤 형태로든 지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