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서 시작된 이번 전세값파동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전세계약
갱신시점이 임박한 전세입자와 올가을 결혼 등으로 전세를 얻으려는
신규 수요자들이다.

하지만 전세값 증가세가 올가을을 지나 연말까지 치닫는다면 파급
대상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된다.

80년대말 주택파동이 재연될지도 모를 일이다.

전세가격의 추가상승 여부, 매매가격 동반상승 여부가 현재의 전세값
파동보다 더큰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은 이때문이다.

우선 전세값의 상승의 지속여부는 내달(9월)이 고비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계절적 성수기인 내달까지 전세시장 과열현상이 확산된다면 심각한
국면을 맞을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전세값 상승폭에 달려있다.

내달부터 본격적인 가을이사철로 접어들면서 일정폭의 전세상승은
불가피한데 평상수준을 넘어선다면 위험하다는 얘기다.

이 부분에 대한 시각은 "안정론"이 지배적이다.

이번 전세파동은 교통 등 기반시설의 확충으로 전세가치가 높아진
수도권신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됐을뿐 전반적인 대세는 아니다라는
분석이다.

진원지였던 분당의 경우 4-5일 전부터 전세가격 및 거래가 이미
주춤하고 있다.

또 절대적인 물량부족이라기 보다는 집값안정에 따른 전세선호가
주범이어서 상승세가 지속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례를 감안할때 정부가 각종 제도적 장치를 동원, 단속에
나선다면 상승세는 쉽게 꺾일 것이라는 수요자들의 믿음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전세값상승이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88-90년과 같은 매매가격의 폭등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단언한다.

이유는 이렇다.

80년대말과 비교할때 우선 주택보급률이 "2백만호건설"과 신도시건설로
60%대에서 80%대로 20%가량 올랐다.

또 당시에는 없던 미분양주택이 전국적으로 13만여가구에 이르고 있고
서울.수도권에도 2만9천여가구가 선착순으로 분양중이다.

토지거래전산망 세무조사 등 규제장치는 거미줄처럼 쳐져있다.

이에따라 주택가격 폭등의 제1원인인 가수요가 붙을 여지가 거의
없다는게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가 26-27일 이틀동안 서울 분당 일산 등에 특별단속반을 긴급
투입하고 전세값을 과다하게 올려받는 사람에게는 국세청에 명단을
통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이같은 가수요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볼수 있다.

특히 "1가구 2주택"의 중과세 등으로 주택 과다소유에 대한 심리,
자체가 막혀있다.

이번 파동이 신도시와 서울 일부지역에 국한된 현상이라는 분석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미분양주택은 늘려있는 반면 가수요는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파동의
확산이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일부 부동산중개인들은 "88-90년 같이 빚을 얻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현상태에서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주택값의 폭등은 있을 수 없다는 확신에 다름아니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는 이번 파동때 호재가 있는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강보합세 정도를 유지했다.

그렇다고 "돈있는" 무주택자가 이번 파동을 계기로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경우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관망자세를 보이던 실수요자들이 미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을
마련하겠다는 정도의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이같은 파급효과를 감안할때 전세 및 주택가격의 상승이 물가
상승률을 조금 웃돌 것이라는 시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불안요소를 어떻게 차단하느냐에 달려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파동의 매듭을 풀기위해서는 집을 "소유"보다는
"거주"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된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제도가 이같은 임대선호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해결책은 자명해진다.

우선 건설업체들이 임대주택을 많이 지을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

임대주택을 건설할때 저리(연리 4-5%)의 공사대금을 일부 지원해주고
비업무용 기간을 약간 연장해주는 현재의 제도로는 임대주택건설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

실제로 일부 임대주택전문업체를 제외하고는 수도권에서 임대아파트를
건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방에서 악성미분양을 임대로 전환하는게 고작이다.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임대하느니 분양하는게 사업성측면에서 훨씬
좋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따라서 임대사업때 과감한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음으로 부동산투기에 대해서는 싹부터 잘라내는 투기억제책이
뒤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신뢰성있는 정부정책이 이어져야 한다.

장기적인 신도시개발의지를 치밀한 계획하에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이는 부동산이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도로 지하철 등 수도권의 SOC(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도 시급하다.

전세값과 매매가격 상승의 촉발지역이 서울과 출퇴근이 쉬워 서울
생활권에 포함되는 곳임을 감안할때 서울로의 이동이 쉬운 수도권
위성도시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용인 남양주 광주군 고양 등 서울 강남북에 인근한 지역에 교통여건을
확충하면 주택가격의 분산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공급량을 늘리는게 가장 직접적인 해결책이나 이것이
여의치않은 현실에서 이같은 간접적인 해법과 주택임대제도를 활성화
하기위한 모기지(저당채권)제도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책의 부작용도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80년대말 전세계약 갱신기간이 2년으로 연장되면서 전세값이 갑자기
폭등했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임시방편적인 대책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김철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