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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건설경기는 여전히 깊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공공부문 건설시장개방이 예정돼 있다.

이같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업계의 체질개선노력도 본격화되고
있다.

종전의 단순시공에서 탈피, 부가가치중심으로 사업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은 물론 조직슬림화를 통해 수익성강화를 도모하고있다.

고품질시공을 위해 자체감리를 강화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으며
협력업체를 과거의 하도급대상으로 보지않고 파트너쉽으로 한차원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업종전문화, 지방조직강화, 연구개발투자확대, 사업다각화 등도
살아남기위한 생존전략으로 추진되고있다.

"건설위기시대"를 극복하기위해 업계가 벌이고있는 경영혁신노력을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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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원전시공실적이라고는 전무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에는 2백여명의
인력이 포진한 원전팀이 있다.

이들 원전팀 인력의 대부분은 원전건설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숙련가들로 원전 설계에서부터 시공 폐기물처리까지를 무리없이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집단이다.

삼성건설은 또 원전설계부문에선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제휴하고 있다.

시공부문에선 미국의 벡텔과 일본의 대성건설, 원전폐기물처리부문에선
미국의 NAC사와 각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건설의 원전팀 구성은 우리 건설업체들의 사업안목이 이제 "장기적"
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있다.

우선 국내시장에 참여, 경험을 쌓은 후에 앞으로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발주될 엄청난 물량의 원전건설공사를 수주하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돈을 벌어들이지는 못해도 고부가가치시장을 공략하기위해 긴 안목
에서 사업구조를 바꿔 나가고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업구조조정은 삼성건설만의 얘기가 아니다.

웬만한 대형업체들은 저마다 고부가가치 전략사업을 중심으로 기존 영업의
틀을 개편하고 있다.

LG건설은 플랜트및 토목부문을 전략사업으로 잡고 있다.

그래서 "출혈"을 감수하면서 일산복합화력발전소를 수주, 시공하고있다.

LG건설은 플랜트부문 수익률이 현재 마이너스 2%에 머물고 있지만
2000년에는 수익률을 5-8%선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발전소사업과 함께 쓰레기소각로 정수처리장 등 환경관련 플랜트사업
비중도 대폭 높인다는 복안을 갖고있다.

LG건설은 또 서해대교건설공사 시공경험을 토대로 고난도 토목공사사업을
본격화, 철도 항만매립사업 등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대우건설도 원전사업을 "대우건설의 1등상품"으로 선정했다.

대우는 국내원전건설의 턴키수행능력을 높인후 중국 칠레 등 제3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호텔 병원 등 고급건축물을 전략상품으로 잡고있는 쌍용건설은 싱가포르
에서 확보한 명성을 바탕으로 동남아 전역의 고급건축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있다.

특히 앞으로는 단순시공외에 턴키공사및 개발형공사에 참여, 부가가치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현대건설은 사업구조를 효율적으로 조정하기위해 아예 신규사업분석팀을
만들고 신규사업평가시스템을 구성운영하기로했다.

현대는 부문별로 지금까지 확보해놓은 "톱"을 지켜나가되 기술력을
중심으로 사업구조전체를 "소프트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동아건설 역시 엔지니어링 능력을 제고하며 지하공간및 해양공간개발 등
첨단분야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기로했다.

건설업체들이 잇달아 사업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과같은 사업구조와 경영방식으론 격화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어렵다는
판단에서이다.

그동안 우리 건설업체들은 사업구조 고도화를 입버릇처럼 얘기하면서도
닥치는대로 공사를 확보, 매출을 늘리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매출에비해 수익성이 낮은 후진적 사업구조를 갖게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건설업체들이 발전소 첨단빌딩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노동력따먹기"식 경영방식
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체들의 사업구조조정엔 공통된 흐름이 있다.

단순 건축 토목공사 비중을 줄이는 대신 플랜트, 첨단빌딩, 고난도 토목
공사 등 기술집약형 사업의 비중을 높여나가는 것이다.

대형발전소 고속철도 대형항만 다목적댐 비축시설 대형교량공사 등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전략사업으로 선정, 추진하있다.

도급순위 상위권의 대형업체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CM(건설관리)능력을
대폭 강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현대건설 삼성건설 대림산업 등 일부업체들은 엔지니어링 합병을 통해
설계능력을 강화, "명실공히" 종합건설업체로의 도약을 준비하고있다.

어떻든 건설시장개방은 이제 눈앞의 현실로 박두했다.

50개에 가까운 외국건설업체들이 이미 국내에 상륙, 한국건설시장 공략
방안을 모색하고있다.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있다.

당국의 강도높은 담합규제로인해 "공사나누어먹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건설업체들의 사업구조조정은 이같은 맥락에서 볼때 불가피한 선택이다.

좋든싫든 건설환경은 최근들어 엄청나게 변화했고 ,그 변화된 환경
아래에서 생존하기위해선 사업구조를 바꿀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