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종건이 라오스에서 30억달러를 수주한 것은 단순히 대규모 해외공사
수주성사를 넘어서는 복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성수대교붕괴 삼풍참사등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국내
건설업계가 심기일전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이번 수주의 막판 성사단계에서 일성종건은 최근 한국의 건설관련사고로
고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외시장에서 한국해외건설이 그동안 쌓아놓은
성가가 아직 건재한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라오스가 미수교국인데도 한국업체에 국가기간산업의 기초공사를 거의
도맡기다시피한 것은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라오스는 사회주의국가로 그동안 외교적으론 우리보다 북한에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아프리카등지에서 기업이 먼저 나가고 수교가 뒷따랐던 경험에 비추어
이번 수주로 라오스와의 외교적인 관계개선도 기대해봄직하다.

특히, 최근들어 라오스당국은 이웃 중국과 베트남의 개방에 자극받아 시장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경제발전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주를 진두지휘했던 이창열 일성종합건설 사장은 "르완 경제계획협력
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의 개발성공를 모델케이스로 삼고 싶다면서 한국
기업의 개발노하우를 배우는 차원에서 한국기업에 대해 대단히 친화적인
자세였다"며 "앞으로 정부차원의 경협도 적극 추진해 볼만하다"고 강조했다.

또 30억달러라는 공사규모도 규모지만 공사의 종류와 성격도 음미해볼
만하다.

수력발전소 철도 도로 국제공항등 개방경제를 추진하는데 필수적인 인프라
사업들을 거의 망라하고 있다.

일성종건측은 "라오스가 본격적으로 개방체제로 돌아서기 앞서 기반조성에
나섰고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단계에서부터 한국의 60~70년 경제전략을
참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경제를 모델로 삼는 만큼 한국기업에 초기사업을 맡길 경우 경영
노하우까지 배울수 있다고 생각했음직하다.

또한 라오스가 발주한 공사이지만 일부 공사의 경우 공사구간이 베트남까지
연장되고 이웃의 태국까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다는 점에서 인도차이나
전반에 대한 건설시장진출에 새 돌파구를 연 것으로 평가할수 있다.

라오스는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여서 개방경제의 필수인 항만을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의 빈항구를 조차했으며 이 항구와 수도인 브엔티앤을 잇는
철도와 도로공사가 이번 수주에 들어있다.

일성종건은 당연히 베트남과도 공사와 관련, 잦은 접촉을 해야 하고 이곳
에서의 연관공사까지 기대하고 있다.

수력발전소의 경우 B.O.T(완공후 일정기간 운영하고 인계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며 전력을 인근 태국에 팔아서 공비를 회수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공사는 라오스와 베트남 태국을 연계하는 다국간 프로젝트로
해외건설수주의 새로운 경험인 셈이다.

수주과정과 앞으로 추진전략에서도 새로운 시도들이 많다.

이번 수주는 일성종건이 대표로 나섰지만 사실상 통일그룹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다.

일성종건의 이사장도 "일찍부터 일본의 일성건설, 미국의 통일산하
관련사들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통일그룹의 다국적 계열사의 합작이 주효, 해외공사경험이 전혀
없는 일성종건이 대표로 공사를 따낼수 있었다.

30억달러의 공사대금에 대해선 라오스정부가 보증을 서지만 자금의 알선은
일성종건 즉, 통일이 해결해야 한다.

요즈음 해외공사의 서패가 자금조달의 성패에 달려 있다는 경험에 비추어
볼때 초대형 공사를 자금조달조건으로 따낸 것은 해외건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것으로 평가된다.

통일그룹은 일단 라오스당국으로부터 높은 신뢰도를 얻는데 성공, 공사수주
를 성사시킨 만큼 향후 공사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 통일그룹은 국내계열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의 계열및 관계사를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 이동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