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환 < 국토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다음달부터 실시되는 부동산실명제는 토지 주택과 같은 부동산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은 근본적으로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형성되지만 집값
땅값의 상승이라든가 시장의 불안정현상은 투기적인 성격을 가진
요인들이 작용한다.

그러므로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내다보려면 먼저 이러한 투기적
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변수를 살펴보아야 한다.

부동산시장에서 투기적 요인은 크게 경제적인 상황과 제도적인
측면의 영향을 받는다.

경제적 상황으로는 경기동향이나 시중자금사정등이 있으며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정책당국의 투기억제대책 토지공개념 토지전산화 그리고
부동산실명제등을 들수 있다.

제도적인 측면중에서 먼저 부동산실명제의 영향을 살펴보다.

사실 그동안의 부동산시장은 명의신탁을 이용한 불법적 거래가
상당히 이루어져 왔다.

주택의 미등기전매 분양권의 불법거래는 물론 주택이나 토지를 다른사람의
이름으로 보유하는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부동산실명제의 실시는 이러한 불법거래의 여지를 없애고 투기적 요인을
제거, 부동산시장을 투명화하기위한 것이다.

특히 부동산실명제가 기존의 토지공개념제도나 토지 주택의 전산화와
맞물리면서 시장인정효과는 더욱 커질수 있다.

부동산실명제실시가 발표된 금년초에 이제도가 토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설문조사결과에서도 상당수의 응답자는 부동산가격은
단기적으로 하락하며 장기적으로도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부동산시장의 전망에는 이러한 제도적인 요인과 함께 경제상황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토지시장이나 주택시장을 장기간에 걸쳐 살펴보면 일정한 경기순환패턴을
가지고 움직여 왔다는 사실을 알수있다.

그래서 부동산경기순환은 5년주기설 또는 10년주기설등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주장되고 있다.

또한 부동산경기는 일반경기에 1년내지 2년정도의 시차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할때 지금의 부동산경기는 순환주기상 상승국면을
보여야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부동산시장의 구조적메카니즘을 고려하지 않고,
겉으로 나타난 결과만을 가지고 해석한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경기는 자체의 움직임이 시장내부에 존재한다기보다는 일반경기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고 보아야 하며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속적인
경기호황으로 사람들의 소득이 높고 시중에 돈이 많아지면서 보다
높은 수익을 찾아 이들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된 결과라고
해석하는 것이 보다 타당성을 가진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정은 어떤가 호황이라고하지만 중화학공업과
경공업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경기양극화 현상이 좀체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

높은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경기의 확장국면으로 보기는
곤란하다.

게다가 대체로 안정된 통화운용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국제수지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므로 시중자금사정은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릴만큼
여유롭지 않다.

이런 사정을 종합할때 지금의 상황은 80년대후반에 있었던 경기호황
국면이나 부동산투기열풍때와는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다시말해서 현재의 경기호황국면은 부동산시장을 자극해서 집값이나
땅값을 올릴만한 국면은 아니라고 할수있다.

여기에다 부동산실명제의 실시는 혹시 나타날지도 모르는 투기적 수요를
미리 차단,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충분히 하리라고 기대된다.

그러면 부동산시장을 부문별로 살펴보자.먼저 주택의 경우 부동산실명제의
도입으로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상당히 약해진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최근들어 지방의 미분양아파트가 11만가구를 넘어서는등 단기간에
오를 기능성은 별로 없다.

다만 지난해부터 큰폭으로 오르고있는 전세값이 집값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수는 있다.

부동산실명제실시 등으로 집값의 안정이 예상되는 만큼 전세값은
당분간 지속되리라고 본다.

향후 주택시장에서 또한가지 특기할 사항은 주택시장이 수도권과
지방으로 차별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주택시장은 수도권의 중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다소
활발해지는 수준에 머물것이다.

다음 토지의 경우 농지는 그동안 농기거래에 명의신탁이 빈번히
이용되었다는 점을 감안할때 단기간에 매듭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반면
실명제 실시로 농지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것이므로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택지와 공장용지는 차명상태에서 매각하는 매물증가와 앞으로 토지매입에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매수세의 증가 가능성이 함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방자치제의 실시에 따라 지역개발정책이 활성화되면 지역적인
토지가격 상승현상은 꾸준히 나타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