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구로공단 입구역은 유동인구가 하루 수만명을 헤아리는
교통 요지이다.

이곳에서 호프점을 운영중인 박모씨는 몇년전 가게를 얻을때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구로공단 입구역을 기준으로 우신향병원쪽과 가스충전소쪽중 어느 쪽에
가게를 내는것이 유리한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당시 점포 임대가격이나 권리금 유동인구등 여러가지 면에서 양쪽이 비슷
했으나 그는 가스충전소쪽을 선택했다.

낮시간에는 모르지만 호프점을 운영하는 퇴근시간대의 유동인구는 가스
충전소쪽이 우신향병원쪽보다 더 많다는 판단때문이었다.

박씨의 판단은 적중했다.

퇴근시간대에 가스충전소쪽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구로공단에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퇴근할때 지하철 환승을 위해
미리 길을 건넌후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가스충전소쪽 상권이 눈에띄게 더 발달해 있다.

이같은 예에서 볼수있듯 퇴근시간대의 유동인구수는 상가입지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는 비단 호프점같은 술집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의 상권은 점심시간을 전후해서 생기가 돌기
시작하다가 퇴근시간을 전후해서 절정기에 오르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점포를 구할때는 퇴근시간대에 어느 쪽으로 사람들이 더 많이
다니는가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같은 기준이 좁은 도로변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길을 건너기가 쉬워 건너편에 있는 가게라해도 간단하게 갈수있기 때문
이다.

또 도로가 없는 주택밀집지역이나 아파트단지주변에선 퇴근길 유동인구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들 지역의 주요 고객은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아니고 가정주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로가 왕복 4차선 이상이면 퇴근길 유동인구수가 상권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동차전용도로나 철길을 사이에 둔 지역, 또는 교통환승지역에선
그 영향이 결정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