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지 못하는 건설중장비가 늘어나고 있어 건설중장비업계가
크게 고전하고 있다.

장비대여업체들뿐만 아니라 현대건설 삼성건설 대우등 자체 중장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대형건설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건설중장비는 갈수록 거대화.중량화되고 있지만 도로파손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차량하중제한에 걸려 운행하지 못하는 장비들이 늘어나 영업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노후화로 인해 교통통제를 하는
교량들이 급증, 통과 한도(중량제한)를 법정기준이하로 규제하는 곳이 많아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현재 포장도로를 운행할수 있는 건설기계는 차량축하중 10톤, 자체중량
40톤, 길이 16.8미터, 높이 3.8미터, 회전반경 12미터이하로 제한돼 있다.

그렇지만 실제 총중량이 20톤을 넘으면 통행제한을 하는 교량들이 수도권
에서만 30여곳에 달해 중장비업계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서울시내의 경우 교통정체가 심해져 이동자체가 어려운데다 통행제한까지
심해 공기에 차질을 빚을 정도"라는 것이 현장소장들의 하소연이다.

이로인해 영세장비임대업자들은 장비임대계약을 맺어놓고도 장비이동을
못시켜 낭패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차량축하중 10톤 자체중량 40톤이상인 기중기의 경우 단독이동이
허용되지 않아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거나 부위별로 분해를 해서 운반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뿐만아니라 교량이 파손될 경우 전체 교통소통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시.군들이 대부분 중장비이동허가를 꺼리고 있고 한개지자체를
통과할때마다 별도허가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차량축하중 10톤, 자체중량(자중) 40톤이상의 기중기등의 경우 분해해서
운반하는 것도 현실적인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의 고민이다.

현재 국내에 수입돼 운용되는 건설기계는 정비사만이 분해 조립할수 있도록
건설기계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대형기중기들을 분해, 이동, 조립할 경우 대당 6천만원에
달하는 기종(모델)도 있어 영세중기업체들로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문에 정비사가 아닌 조종사(운전기사)가 임의로 분해 조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위법으로 단속을 받고 있다.

이로인해 중장비를 필요로 하는 건설업체의 공사현장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아예 움직이지 못해 건설업체와 맺은 장비대여계약을 파기당하는
장비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중기대여업자 김기만씨는 "정부의 장비수입때 형식승인부터 고쳐야 한다"
면서 "장비형식승인과 이동허용기준이 맞지 않아 더욱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시험소에서 시행되는 수입건설기계형식승인은 차량축하중 12톤까지
허용되는데 단속은 10톤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단속때마다 걸리게 되는
기종들이 태반이라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이에대해 건설부는 "건설중장비업자들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도로는 건설
장비만 다니는 곳이 아니므로 현재의 단속기준에서 후퇴할수는 없다"면서
"기준에 맞는데도 교량이 낡아 통행이 불가능한 경우는 정부책임이므로
우선 수도권교량부터 긴급보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장비는 갈수록 커지고 무게도 무거워지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장비형식승인을 해줄때 기종에 따라 도로유지
보수부담금을 거두는 등의 근본적인개선책이 없을 경우 중소중장비업체들의
도산이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