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이사국 진출 계기로 "중·러와 소통·협의 기회 더 많아질 것"
"5년째 중단된 북한인권 관련 안보리 공식회의 재개되도록 노력"
박진 "北도발에 안보리 기능 마비…중·러에 건설적 역할 촉구"(종합)
박진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조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다.

박 장관은 지난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수임을 계기로 가진 연합뉴스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회의에서 규탄 성명이나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 같은 공식 대응에 대한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지금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안보리가 유엔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데, 이러한 불법 도발에 대해서는 기능이 마비된 상태와 다름없다"며 "이렇게 계속 나가는 것은 국제사회 평화와 안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한국이 내년부터 2년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면서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로 갈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안보리 회의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두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를 지속해서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안보리에서는 물론이고 장외에서도 중·러와 소통하고 협의를 통해 두 나라가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해 달라고 촉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미국 뉴욕 방문에서 유엔 주재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사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으며, 특히 장쥔 중국대사와 바실리 네벤쟈 러시아 대사에게 북핵 문제 등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중국, 러시아와는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는 물론이고 동북아 평화·안정과 관련해서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의하는 노력을 앞으로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비상임이사국 수임을 계기로 안보리라는 틀이 마련됐기 때문에 소통과 협의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 투표에서 투표에 참여한 192개 회원국 중 180개국의 찬성표를 얻어 2024∼2025년 임기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됐다.

북한이 도발 빈도를 늘리고 위협 수위도 높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유엔 안보리 현안 논의와 표결에 참여할 수 있는 이사국에 진출한 것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

박 장관은 "안보리가 상임이사국 간 진영 갈등으로 주요 현안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비상임이사국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상임이사국 간 의견 차이로 안보리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10개 비상임이사국이 뜻을 모아 상임이사국을 설득하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 "北도발에 안보리 기능 마비…중·러에 건설적 역할 촉구"(종합)
박 장관은 안보리가 북한 도발뿐 아니라 인권 문제에도 더 관심을 쏟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북한 인권 문제는 안보리 공식 의제 중 하나이지만 최근 5년간 관련 공식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논의 모멘텀은 지속돼 왔다"며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비공식 회의가 개최됐고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 공식 의제로 유지하기 위한 서한에 동참하는 국가 수도 올해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북한 인권 관련 안보리 공식 회의가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이사국과 더욱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는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따라서 국제 평화와 안전을 담당하는 안보리가 북한 인권에 대해 논의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장관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으며,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가치 외교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가 G7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해서 선진국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식민지와 전쟁을 경험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나라"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모든 나라와 진정성 있게 소통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디지털·기술·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개도국의 기후변화와 디지털 전환, 과학기술 혁신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