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2001년 이후 20년 넘게 5000만원으로 묶여 있는 국내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이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올 들어서만 8건이 올라오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예금자보호한도 확대에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다만 한도가 올라가면 금융회사들이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보험료 부담이 커지고, 이 부담이 다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이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총 11건 계류돼 있다. 야당에서 8건, 여당에서 3건 나왔다. SVB 파산 사태 이후 7개가 줄지어 발의됐다.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예금자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을 때 예보가 대신 지급해주는 최대 한도 금액이다.

계류 법안만 11건…23년 만에 예금자보호한도 상향될까
이달 들어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예금자보호한도를 최대 2억원까지 늘리는 개정안을 내놨다. 원칙적으로는 한도를 5000만원으로 유지하되, 예보가 예대금리차를 고려해 매년 2억원 범위에서 증액해 공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지난달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 및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보험금 한도를 초과해 지급’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3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1억원 이상 범위에서 한도를 시행령으로 정하되, 금융위기 등 긴박한 필요가 있는 경우 예보위 의결을 통해 금액을 일시적으로 상향’하도록 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안도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여당에선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보험금 지급한도를 1억원 이상 범위에서 금융업종별로 구분해 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금융권 안팎에선 23년째 동결돼온 예금자보호한도가 우리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너무 적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예금자보호한도는 25만달러(약 3억2000만원), 일본 1000만엔(약 9300만원), 유럽연합(EU)도 10만유로(약 1억4000만원) 정도다.

문제는 비용이다. 예금자보호제도의 재원은 금융사가 매년 내는 예금보험료다. 한도가 높아지면 금융사 부담이 같이 오르고, 이는 대출 금리 상향이나 예금 금리 인하 등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예금자와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