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설 60년 만에 최대위기…쇄신안 실효성 의문, 與 "알맹이 없다"
전문가들 '위원회·사무처 인사제도 근본 개선' 필요성 지적
감사원 감사에 수사·국조…선관위 '특혜채용'에 끝모를 위기
창설 60년 '환갑'을 맞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대 위기에 놓였다.

간부들의 특혜채용 의혹에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31일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내부 특별감사 결과와 관련자 수사 의뢰 방침을 밝혔지만,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 의혹에 비판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다.

국회 국정조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 '경력채용 개선·사무총장직 외부 개방' 쇄신안, 실효성 의문
선관위는 이날 경력채용 개선, 사무총장직 외부 개방 등 인사 쇄신안을 내놨으나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력채용 개선 방안의 경우 선관위는 자체 방침을 확정하지도 못하고 특별감사위원회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추후 구체적인 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자녀 특혜채용 의혹의 시발점이 된 경력채용 개선을 위해서는 공고 없이 진행하는 비다수인 대상 채용 폐지와 대상 축소 등이 권고됐다.

선거 전문성을 갖추거나 선거 업무 유경험자로 경력채용 대상을 제한하는 방안인데, 대형 선거를 앞두고 매번 휴직자가 늘어나 인원 부족에 허덕이는 선관위가 이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35년 만의 사무총장직 외부 개방 방침도 모호한 수준으로 발표돼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노 위원장은 "사무총장직을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개방해 위원장으로서 책임지고 인사 제도를 개혁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실히 지킬 수 있는 분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는 자녀 채용 의혹으로 사퇴한 박찬진 사무총장 후임을 외부에서 데려오겠다고 공언한 것이 아니라,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찾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선관위는 특별감사위가 권고한 사무총장·차장 등 정무직 인사검증위원회 신설 외에 새 사무총장 임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절차를 제시하지 않았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관리 실무를 총지휘할 후임 사무총장이 언제 정해질지 기약이 없는 셈이다.

감사원 감사에 수사·국조…선관위 '특혜채용'에 끝모를 위기
◇ 감사원은 감사·국회는 국정조사 추진…與 공세도 계속
선관위는 채용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조사도 받게 될 처지다.

감사원은 이날 "선관위를 대상으로 채용, 승진 등 인력관리 전반에 걸쳐 적법성과 특혜 여부 등을 정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해에는 선관위 감사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 반대 입장을 견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이 제안한 선관위 국정조사에 더불어민주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 위원장도 국정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별개로 노 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원들을 향해선 거취 압박도 거세지는 형국이다.

노 위원장은 이날 "현재로서는 사퇴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기자들에게 "(선관위는) 전체적으로 보면 총체적 난국이다.

이런 상태에 이르도록 도대체 그 기관은 뭘 했고 기관장은 뭘 했는지 기가 차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충 넘어가고 땜질할 일이 아니다"라며 "근본적인 치유책이 필요하고 근본적인 책임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허울 좋은 대책 들을 내놓았지만 노 위원장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며 "선관위 개혁의 시작은 모든 혼란의 책임자인 노 위원장의 사퇴"라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에 수사·국조…선관위 '특혜채용'에 끝모를 위기
◇ 전문가 "총·차장, 선관위원 되지 못하게 해야…위원 구성도 문제"
전문가들은 선관위가 이날 발표한 내용을 넘어 위원회·사무처 인사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무총장·차장은 나중에 선관위원이 되지 못하게 한다거나 정당 추천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암암리에 줄을 서 헌법상 독립기관 지위를 스스로 허물게 된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원 구성이 대통령 임명 3명, 국회 추천 3명, 대법관 지명 3명으로 외견상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국회 추천 위원 중에도 여당 추천 몫이 있고, 문재인 정부 때는 문 전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교감 하에 대법관 지명 위원이 정해졌다는 이야기도 많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사무처 직원 역시 임용 전 3∼5년 당적이 없는 사람으로 뽑아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를 가진 사람은 직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게 맞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이번 계기로 선관위가 뼈를 깎는 개혁을 해야 하지만,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부분은 우려된다"며 "사무총장을 외부에서 데려올 경우 여야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져 정치 쟁점화되고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감사원 감사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이준한 교수가 "헌법기관이라는 허울뿐인 핑계로 감사를 받지 않으려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세금으로 예산을 받으면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