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한미일 안보협력에 반발하며 역사적 정당성 확보 시도
'일본은 천년 숙적'이라는 북…11세기 역사 꺼내 '반일 공세'
과거부터 일본을 '천년 숙적'이라 칭하던 북한이 최근 한일·한미일 안보 협력에 반발하는 수단으로 반일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대남 선전전과 내부 결속에 힘을 쏟고 있다.

29일 북한 선전매체 대외선전매체 '내나라'는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의 조희승 박사가 "일본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침략 마수를 뻗친 것이 바로 11세기 말, 정확하게는 1093년이었다"고 말했다며 천 년 전 역사를 끄집어냈다.

'천년 숙적'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 1천 년부터 일본이 문제였다고 강조한 것이다.

매체는 '고려사' 기록을 들어 당시 "왜인들의 배를 순검군(순찰부대)이 나포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며 '배 안에 활, 화살, 칼, 검 등 물건이 있었다.

필시 우리나라를 침습하기 위한 것'이라고 적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조선 침략 역사는 이렇게 뿌리 깊은 것"이라며 "그 후 왜구들은 우리나라에 쳐들어와 살인, 방화, 약탈을 일삼고 사람들을 마구 납치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임진조국전쟁'이라 부르는 임진왜란, 19세기 후반 들어 본격화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야욕 등을 들며 "죄악의 역사를 사죄하고 배상할 대신 '대동아공영권'의 옛꿈을 기어이 이루어보려고 피를 물고 날뛰는 일본이야말로 우리 인민의 천년 숙적"이라고 규정했다.

다른 선전매체 통일의메아리도 식민 시기인 1944년 일제의 징병제로 징발된 조선 청·장년이 36만4천여 명에 달한다며 "극악무도한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천년 숙적'이라는 북…11세기 역사 꺼내 '반일 공세'
북한 매체들의 이런 일본 비난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북한의 도발 수위 상승과 맞물려 가속하는 한일·한미일 안보 협력을 헐뜯기 위한 논리적 지렛대 역할을 한다.

권위주의에 맞선 자유주의 세력의 연대라는 맥락은 무시한 채 남측이 역사적 구원이 있는 일본과도 보조를 맞춘다는 점만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실제 대북 억제 강화를 논의한 한일 정상회담이 있은지 엿새 뒤인 지난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과거 우리 민족에 끼친 죄악을 부정하고 군국주의 부활에 광분하는 천년 숙적 일본의 수상을 끌어들였다"며 남측을 거세게 비방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한일·한미일 협력이 대북 압박으로 계속 작동하리라 보는 것이고, 그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역사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북측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