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불법 파업 조장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노조법 개정안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세 번째 거부권 행사 법안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은 우리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히는 ‘대한민국 경제파괴법안’”이라며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대통령께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법의 핵심인 불법 행위 면책 조항만 봐도 실상은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지키기 위한 법”이라며 “2009년부터 작년 8월까지 발생한 노조 불법행위 소송 151건 가운데 94%인 142건이 민주노총을 상대로 제기됐고, 인용액의 99.9%는 민주노총을 상대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하는 것이 허용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강행 처리했다.

당내에선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여야 합의 가능성이 낮은 데다 법안 자체에 위헌 요소가 상당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직회부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30개 주요 업종별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국내 제조업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업종별로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상황에서 원청을 상대로 끊임없는 쟁의행위가 발생한다면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는 붕괴할 것임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경총 등은 또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투자 결정, 구조조정 등 고도의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고,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사실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어 산업 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로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