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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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의료계 갈등 속에 보건소장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지역보건법 개정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보건소장=의사’ 원칙을 허물고 자격 조건을 간호사 등 다른 직역으로 넓힐지가 논의의 핵심이다. 여야에서 각각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신중한 입장이어서 논의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보건소장의 자격 요건을 담은 지역보건법 개정안이 두 건 발의돼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현행 지역보건법 시행령은 의사 면허가 있어야 보건소장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사 중에 보건소장을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 간호·의무·의료기술·보건진료 등의 분야 공무원도 임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 같은 자격 요건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규율하도록 했다. 남 의원의 법안은 의사 외에 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 등도 보건소장에 임용될 수 있도록 했다. 서 의원은 여기에 약사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들 모두 “특정 직역에 대한 차별 해소”를 개정안 발의 이유로 들었다. 과거 국가인권위원회는 보건소장 임용 시 의사를 우대하는 것을 차별적 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

이 같은 판단이 아니더라도 ‘비(非)수도권 의사 소멸’ 상황을 감안하면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259개 보건소 가운데 의사 면허를 가진 소장이 있는 곳은 109개(42%)로, 절반이 안 된다. 충북 지역 14개 보건소에는 최근 5년 내에 의사 출신 소장이 임용된 사례가 전무하다. 서울(25개) 대전(5개) 세종(1개)만 의사 보건소장으로 채워져 있다. 상당수는 보건의료 면허·자격이 없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32%)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는 관련 법 개정에 반대 입장이다. 보건소장은 의료 전문성을 바탕으로 역할 수행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는 지난 2월 복지위 소위에서 이 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당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보건소가 지역 1차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에 필요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감염병 대응에 대해서도 전문성과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자격 요건을) 병렬적으로 풀면, 그나마 41%(의사 보건소장 비중·2021년 기준)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역 보건 의료계도 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추가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