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방향을 통해 기업의 사업 전략을 가늠하듯, 선거 비용 집행 내역을 살피면 정치인들이 어떤 전략으로 선거에 임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3월 8일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4명의 자금 사용 내역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입수해 분석해봤다.

5억6000만원을 썼다고 신고한 김기현 대표는 3분의 1이 넘는 2억201만원을 선거 캠프 사무실 임대·관리에 썼다. 친윤(친윤석열)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초반부터 대세론이 형성되면서 당 안팎에서 많은 인사가 캠프에 합류한 데 따른 것이다. 지지 인사들에게 줄 임명장 제작에 쓰인 돈만 3377만원이었다. 보통 한 차례만 하는 후보 출정식도 두 차례 열며 4500만원의 비용을 집행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조직력은 당원 100%로 이뤄진 대표 경선에서 김 대표가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 짓는 원동력이 됐다.

안철수 의원은 4억5000만원을 썼는데 모바일 선거운동에 특히 주력했다. 투표권을 가진 권리당원들에게 홍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데 1억8075만원이 소요됐다. 김 대표에 비해 높은 인지도를 극대화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부족한 조직력이라는 약점을 상쇄하려고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5800만원)와 황교안 전 대표(1억800만원)도 문자 홍보비에 적지 않은 돈을 지출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문자 한 건을 보내는 데 40원 정도여서 84만 명인 권리당원 전체에게 한 번 발송하는 데 3000만원 넘게 든다”고 했다. 4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4200만원을 들여 자체 여론조사를 네 차례 시행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중반까지 김 대표와 ‘양강 구도’를 이룬 만큼 지지율 추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 신인에 조직력도 갖추지 못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몸으로 뛰는 선거’를 했다. 1억1000만원을 썼지만 문자홍보(813만원)와 대면홍보(633만원) 지출 비용이 모두 1000만원을 넘지 않았다. 대신 택시를 75차례 타는 등 교통비에 344만원을 썼다. 황교안 전 대표는 문자 홍보에 1억814만원, 대면홍보에 1700만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지출액을 득표수로 나눈 1표당 지출액은 안 의원이 4213원으로 득표수 대비 쓴 돈이 많았다. 천 위원장은 1715원으로 가장 ‘가성비’ 높은 선거운동을 했다.

후보들이 쓴 선거비용은 1인당 평균 3억2000만원으로 2021년 전당대회(1억7000만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21년 당시 32만 명이던 권리당원이 이번에 84만 명까지 증가하면서 선거비용도 덩달아 뛰었다는 설명이다.

양길성/박주연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