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1일 오전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주택 경매 매각기일 직권 변경 요청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1일 오전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주택 경매 매각기일 직권 변경 요청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국회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네 탓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안상미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과 인터뷰에서 "(전세 사기 피해 규모는) 전국 빌라는 다 그렇다고 보는 게 빠를 것 같다"며 앞으로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안 위원장은 우선 매수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저희가 또 빚을 끌어내야 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구제책은 못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희는 보증금 환수가 목적이다. 하지만 그게 어렵기 때문에 이런 대책이라도 요구했던 것"이라며 "지금 다른 대책이 없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하겠다는 거지, 이 집을 사고 싶어서 매수하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안 위원장은 특히 이번 사건이 전 정부에서의 집값 폭등 여파라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이 잘못했느니, 누가 잘못했느니, 언제부터 제도가 이랬느니, 그건 논점을 흐리고 이걸 해결안 하겠다는 것이고 제일 화가 난다"며 "이걸 정치적으로 싸움, 가십거리로 만드는 것 자체가 저희는 이해가 안 되고 두 번 죽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여야가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전세 사기 사건이 벌어지게 된 배경에 대해 ‘네 탓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무책임하기 이전 정부 탓만 한다”고 맞섰다.

허종식 민주당 의원은 국토위 회의에서 “국민의힘 당정회의 때 보니까 전 정부 말씀하시던데 부동산에 대해서 그렇게 자신 없으면 다시 민주당에 정권 돌려 달라”며 “남 탓할 시간에 좋은 대안을 만들어 달라”고 쏘아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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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민주당의 주장에 동의하는가”라고 물으며 반박 기회를 제공했다. 원 장관은 “원인 제공자가 갑자기 해결사를 자처해서는 받아들이기가 곤란하지 않을까,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공격했다. 원 장관의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앞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세 사기 피해자분들은 하루하루 피 말라가는데 정부의 대책은 더디기만 하다"며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건 지금 당장의 구제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바로 적용되기 어려운 예방대책이나 까다로운 추가 대출 대책만 내놓았다"면서 "오늘 윤석열 대통령이 뒤늦게 경매 중지를 지시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것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진영 시사평론가는 박 의원의 지적에 "사람이 이렇게 후안무치일 수가"라며 비판했다.

오 평론가는 "문재인 정권의 2017년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정책과 박 의원이 2020년에 발의한 임대차 3법이 바로 오늘의 빌라왕 전세 사기 사태가 생기도록 판을 깔아놓은 원인 제공이었다"면서 "5년 집권 동안 나라 살림을 망쳐놓고 지금도 국회 과반의석으로 더 망치고 있으면서
이런 사고만 터지면 비통하다, 피해자와 약자에 편에 서겠다는 사탕발림 소리만 늘어놓는다"고 꼬집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