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검찰이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핵심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환하며 수사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에서 "실무자 식대 수준의 금액"이라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 안팎으로 비판이 일자 해당 발언을 한 정성호 의원은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과정에서 실언했다"고 사과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강래구(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씨와 윤관석 의원 주도로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돕기 위해 9400만원의 불법 자금이 당내에 뿌려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돈은 현역의원들에게는 300만원씩, 지역 조직에는 50만원씩 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친(親)이재명계 좌장 격인 정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지만,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기름값‧식대 정도 수준"이라면서 "그런 구체적인 금액을 주고받았다는 것을 송 전 대표가 알았다면 용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간 지역 선거에서 '돈봉투'를 뿌린 선거운동원들은 수십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도 구속된 전례가 적지 않다. 지난달 남원운봉농협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집을 찾아가 10~30만원씩 총 수백만원 상당의 현금을 건넨 혐의로 50대 선거운동원이 구속된 바 있다.

2018년에는 경북지역 군수 선거운동원 두 명이 지역사회단체 회원 10명에게 총 2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현직 시의원이 구속 기소된 적도 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지난해 전태선 대구시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전 시의원은 2020년 12월 선거구민 3명에게 시가 28만원 상당의 행운의 열쇠와 귀금속을 1개씩 나눠준 혐의를 받았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민주당은 딴소리만 하고 있다"며 "정 의원은 '쩐당대회' 게이트 자체를 폄하했다"고 비판했다.

같은당 김예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쩐당대회' 사건은 민주당 당내 선거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고 돈봉투를 돌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음을 암시한다"면서 "그만큼 '부패의 일상성'이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 의원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비현실적인 반응이 나오는 게 놀랍지도 않다"고 비꼬았다.

논란이 커지자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등을 통한 입장문에서 "'너무 부끄럽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과정에서 돈의 사용처를 추측하며 불필요한 얘기를 하는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부끄러운 사안으로 민주당에 실망하신 국민들의 마음을 잘 알면서도 상처를 주는 실언을 한 저의 불찰을 반성한다"며 "저의 진의가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말을 한 것을 송구하게 생각하며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