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 "왜곡" "탄압"…'美 도감청 의혹 덮기용' 등 공세도
'수사 대상 확대 시 당 부담 증폭' 우려 속 신중 대응 기조
野, 돈봉투 의혹 수사에 '국면 전환용' 반발 속 후폭풍 주시
검찰이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수천만원 규모의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정황을 잡고 수사에 나서자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야당 탄압을 위한 검찰의 기획수사라는 의구심을 짙게 제기하면서도 당 전체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힐 수 있을 거라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번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의원은 3선 중진인 윤관석 의원과 초선인 이성만 의원이다.

윤 의원 등이 전당대회 때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이던 강래구 한국감사협회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고, 이 자금이 당시 송영길 후보의 당선을 목적으로 당내에 뿌려졌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라며 녹취까지 공개하고 나섰다.

당사자들은 일단 의혹을 부인했다.

윤 의원은 13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녹취 관련 보도는 다른 상황에서 다른 취지로 한 발언인데, 이를 봉투를 전달한 것처럼 단정해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진술만으로 야당 의원들을 줄줄이 엮어 정치탄압에 몰두하는 검찰의 야만적 정치 행태를 규탄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공개적으로는 두 의원을 상대로 한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우상호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여권이) 대미(對美) 도·감청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로 (이번 사안을) 급하게 꺼내 든 것 같다"며 "국면 전환용 수사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검찰이 캐비닛에 뒀던 수사내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반응과 달리 수면 밑에서는 잇단 실언 논란 등 정부·여당이 고전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지지율을 쌓아가던 야당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감지됐다.

외교·안보 이슈 돌출 속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던 민주당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금 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말에 묵묵부답이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부터 부정부패 의혹의 중심에 있는 마당이니, 작금의 사태를 보면 지금까지 드러난 민주당의 부정부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검찰이 칼을 쥐고 있는 만큼 '야당 탄압'이라는 대외 메시지와는 별개로 그 대응은 신중히 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검찰이 비장의 무기로 (돈봉투 사건 수사를) 내놔 섣불리 얘기하기가 어렵다"며 "준비를 잘해놓고 세밀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 의원으로부터 돈 봉투를 받은 의원이 10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온 만큼 의혹의 진상과는 별도로 검찰이 수사를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당이 짊어질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당 고문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검찰이 야당 탄압 목적으로 수사하면 안 된다"면서도 "(다른 의원들에게도 수사가 확대되면) 굉장히 곤혹스러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