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4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현 국민의힘 대표(당시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2022년 3월 24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현 국민의힘 대표(당시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논란에 "당대표 권한을 행사해 기강을 잡겠다"고 선언한 김기현 대표를 향해 "징계 사유화라도 한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준석을 징계한 근거가 윤리위원회의 독립성이라서 '윤리위가 하는 일을 당대표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최근까지의 논리인데, 모순"이라면서 이같이 적었다.

이 전 대표는 "그냥 잘하면 된다. 이준석은 거의 동일한 최고위 멤버들이 난동 부리는 거 보고도 징계 사유화 안 하고도 선거 이겼다"며 "그 최고위원들이 이상한 소리 하는 건 상수다. 지금은 맛보기"라고 말했다. 이는 이 전 대표와 김 대표 지도부에 모두 속한 김재원·조수진 최고위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수틀리면 '당신 말 안 듣겠다'고 회의 석상에서 이야기하고, 자기가 수석최고위원이라고 당대표 가르치려고 들고, 나중에는 익명 인터뷰로 공격한다"며 "자기가 사고 치고 사과한다고 문자 보내도 그날 저녁에는 기자들에게 당대표 까는 문자메시지 발송하다가 걸리곤 한다"고 했다.

이는 조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 지도부를 뽑은 2021년 전당대회에서 득표 1위를 기록해 수석최고위원을 지냈다. 이어 조 최고위원은 같은 해 12월 20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발(發) 언론 보도에 대응하라'는 이 전 대표의 지시에 "내가 왜 대표의 말을 들어야 하느냐"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시기 조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유튜브 영상을 복수의 언론인들에게 전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련의 사태로 대선을 70여 일 앞둔 제1야당 당대표가 선대위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조 최고위원 역시 선대위 공보단장직을 내려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 사진=연합뉴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칭송' 등 발언, 태영호 최고위원 '김일성 4·3 지령설' 제기, 조 최고위원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 제안 등으로 각각 논란에 휩싸인 데 대해 사과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당대표에게 주어진 권한을 통해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당을 이끌어가는 주요 구성원이 국민과 당원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하는 일이 최근 빈발하고 있는데,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당대표로서 엄중히 경고한다. 이 시각 이후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당원을 부끄럽게 만드는 언행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당대표에게 주어진 권한을 보다 엄격하게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윤리위원회를 조속한 시일 내 구성하고 엄정한 윤리 기강을 확립하도록 하고,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사람에 대해선 차후 자격평가 시 벌점을 매기도록 하겠다"며 "지금 당은 비상 상황인 만큼,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 장애요인이 되면 누구든지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더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오직 민생 살리기로 국민의 신뢰를 쌓도록 힘을 합쳐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