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때 한국의 여성 4인조 그룹 블랙핑크와 미국 팝가수 레이디 가가가 합동으로 공연하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대통령실은 31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공연은 대통령의 방미 행사 일정에 없다”고 밝혔다. 어떤 공연을 지칭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의 사퇴 배경으로 알려진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합동 공연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 행정부는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 부부의 의견을 반영해 윤 대통령 방미 때 블랙핑크·레이디 가가 합동 공연을 여는 방안을 한국 측에 제안했지만 김 전 실장이 이끄는 외교·안보 라인이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 공연이 무산된 것은 김 전 실장의 사퇴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김 전 실장은 합동 공연 준비 과정이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정황 등이 언론에 보도되자 지난 29일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블랙핑크·레이디 가가 때문에 안보실장을 교체한 것은 전 세계의 웃음거리”(우상호 의원)라며 총공세를 펴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실 핵심 외교 라인이 줄사퇴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며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야당은 한·일 정상회담도 이번 사태에 끌어들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한·일 회담을 둘러싸고 김태효 1차장과 갈등을 빚어 김성한 실장이 사퇴했다는 불화설, 김건희 여사 라인과 정통 외교 라인 사이에 알력 다툼이 있었다는 김건희 입김설까지 등장할 지경”이라며 “진상을 규명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