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망진상위, 67년만에 진상규명…1956년 병사 군인 214명, 순직 재심사 권고
사격장 진입 민간인 대피시키려다 숨졌는데…군은 '변사' 처리
야외사격장에서 나무를 하던 민간인을 대피시키려다 숨진 군인의 사인이 '변사'에서 약 70년 만에 '순직'으로 변경될 전망이다.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송기춘)는 지난 27일 오전 제62차 정기회의에서 사망 49건을 진상을 규명하는 등 진정사건 59건을 종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진상규명 사례 중 A씨의 경우 군 기록에는 야외사격장 목표물 지점에 들어가 작업을 하다 81㎜ 불발탄을 밟아 1956년 숨진 것으로 기재됐다.

당시 군은 A씨 사망을 '변사'로 처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소속대에서 파견 근무를 나와 대기호에서 사용할 땔감을 마련해 복귀하던 중 81mm 박격포 야외사격장에 민간인 4~5명이 나무를 하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안전을 위해 이들을 밖으로 내보내고자 혼자 걸어가던 중 불발탄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

군사망진상위는 A씨의 사인을 '순직'으로 변경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또 가혹행위 끝에 극단선택으로 숨진 B씨에 대한 진실도 드러났다.

군은 B씨가 평소 완전군장 구보에서 자주 낙오해 고민하던 중에 부대전투력(ATT) 측정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1984년 자해로 사망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B씨는 평소 선임으로부터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고, 숨진 날에도 선임병으로부터 곡괭이 자루로 심하게 구타당하는 등 일상적 병영비리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헌병대는 부대 요인에 대해 수사는 하지 않고 일부 지휘관의 진술만을 근거로 B씨의 사인을 개인의 부대 부적응으로 결론을 내고 진상을 은폐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원회는 이들의 사망 분류를 재심사해 '순직'으로 변경하도록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사격장 진입 민간인 대피시키려다 숨졌는데…군은 '변사' 처리
위원회는 '1956년도 병·변사처리자 등 사건' 조사 결과 214건에 대해서도 진상을 규명했다.

지난달 제61차 정기회의에서 위원회는 195년에 군에서 2천986명이 사망했고, 그중 1천122명이 전사와 순직이 아닌 변사, 병사, 기타로 분류된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 이들 1천122명에 대해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우선 오류로 병사자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있는 214명을 추려내 직권 조사한 결과 모두 공무수행과 인과관계가 있는 질환이나 공무수행과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거나 불분명한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위원회는 확인했다.

위원회는 국방부는 1996~1997년에 비슷한 사례에 대해 심사해 전사/순직으로 변경·통지한 육군의 전례를 근거로 이들 214명에 대해서도 사망 구분을 순직으로 재심사할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한편 위원회는 절차가 종결된 사건 중 병영문화 개선과 군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사망 사건의 개요도 함께 공개했다.

1961년 군 복무 중 숨진 C씨의 경우 군 기록에 입대 관련 정보와 사망일자만 있을 뿐 다른 복무 관련 기록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참고진술을 해 줄 수 있는 동료들도 모두 사망했다.

위원회는 C씨가 소속부대의 명령으로 탈영병을 만나러 갔다가 숨졌다는 진정인의 진술을 바탕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위원회는 C씨 주소지 마을 이장, 노인회장, 이웃 등 참고인을 확보했고 이들로부터 C씨가 같은 부대원 중 동향 출신 탈영병을 찾으러 고향에 가서 탈영병을 만나 복귀를 설득하던 중 숨졌다는 여러 진술을 확보했다.

2006년에 전몰군경 위령비 건립 과정에서도 그러한 경위가 확인됐다는 점도 파악했다.

다만 직접적인 사인은 확인하지 못했다.

위원회는 C씨가 복무 중 공무를 수행하다 사망했고 범죄나 위법행위를 하다 숨졌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 국방부 장관에게 C씨의 사망 분류를 재심사하고 명예회복을 위한 조처를 하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