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현행 5000만원인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예금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미국 SVB 파산 사태로 미국 정부가 보호 한도와 관계없이 예금 전액을 보증해주기로 했다”며 “한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도 이날 정책간담회에서 “현행 5000만원인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까지 늘리고, 필요에 따라 미국처럼 전체 예금자를 보호할 수 있는 예금자 보호 정책을 곧 입법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예금자 보호 한도를 상향하겠다고 나선 것은 SVB 사태로 예금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보호 한도가 낮다는 지적 때문이다. 주요국의 1인당 예금자 보호 한도는 한화로 환산해 △미국 3억3000만원 △유럽연합(EU) 1억4000만원 △일본 1억원 수준이다. 한국은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 뒤 22년째 그대로다.

각국의 경제 수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격차는 여전히 크다. 예금보험공사가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은행업권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금자 보호 한도 비율은 1.3배로 미국 3.7배, 영국 2.5배, 일본 2.2배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여야 모두 보호 한도를 1억원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미 국민의힘에서는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발의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예금자 보호를 위한 보험금 지급 한도를 1억원 이상 범위에서 금융업종별로 구분해 정하도록 했다. 그 적정성을 5년마다 검토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민주당에서는 김한규 의원이 예금 보호 한도를 1억원 이상 범위에서 정하도록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중대한 금융 경제상의 위기’ 등 예금자를 보호해야 할 긴박한 필요가 있는 경우 예금 전액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