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 임이자 의원의 노트북에 근로시간 개편안을 찬성하는 피켓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21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 임이자 의원의 노트북에 근로시간 개편안을 찬성하는 피켓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연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초점을 맞춘 민생 행보를 예고한 데 이어 당내 재선·중진 의원들은 방송 출연을 통해 비판 여론 진화에 나서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21일 KBS 라디오에 나와 “노동계에서 계속 69시간 프레임을 갖고 나오니까 거기에 갇혀서 (언론이) 그렇게 말한다”며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체계로 봐도 69시간은 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근로시간 개편안이 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으로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는 의미다.

임 의원은 그러면서 "현재 법정 근로시간이 주당 40시간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으로 특정 주에 52시간까지 할 수 있고 연장 12시간을 하면 64시간, 선택적 근로시간은 69시간까지 나온다"며 "그런데 현재 이렇게 하는 데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은 근로시간 총량제로 장시간 근로를 줄여보자는 측면이 있다”며 “시간 주권을 근로자에게 줘 건강권을 확보해주고 휴식권을 보장해주자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앞서 임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를 열어 MZ세대 노조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논란 수습에 나선 바 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친윤계도 해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의 총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정재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전체 근로시간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더 늘리는 게 아니다”며 “이걸(연장근로) 주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 또 분기, 반기, 1년 이 안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MZ 세대들과 더 소통도 많이 해서, 입법예고기간을 충분히 활용해 제대로 된 제도가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3선 하태경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휴가를 확실히 보장해주겠다는 것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정책이 나갔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해 온갖 오해거리가 쌓였다”며 “최대한 빨리 최종 입장을 정리해서 원보이스로 일관된 입장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경DB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경DB
당 전체가 근로시간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 수습에 나선 건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4%로 직전 조사보다 4%포인트(p) 떨어졌다. 이중 20대(18~29세)의 지지율은 13%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 20대 지지율(27%)의 절반 수준이다. 당 지도부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놓고 생긴 ‘주69시간’ 논란이 MZ세대의 지지세 이탈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이에 당 지도부는 당분간 MZ세대에 초점을 맞춘 민생 행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주 69시간 근로시간제 추진 등을 둘러싼 청년층의 의견을 청취하고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23일부터 전주, 부산 등 전국을 돌며 민생 행보에 나선다. 김병민·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오는 24일 MZ세대 노조와 '맥주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