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현행 5000만원인 예금자 보호 한도를 상향하고, 이를 5년마다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 22년째 동결 상태인 예금 보호 한도를 높여 글로벌 스탠다드와 발맞추기 위해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파산한 미국 은행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로 미국 정부가 보호 한도와 관계없이 예금 전액을 보증해주기로 했다"며 "우리나라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성 의장은 "주요 선진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살펴보면 미국 약 3억3000만원, EU(유럽연합) 1억4000만원, 일본 약 1억원 등 우리나라의 보호 한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각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차이, 즉 경제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보호 한도가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업권 기준 1인당 GDP 대비 예금자 보호 한도 비율은 1.3배로 미국 3.7배, 영국 2.5배, 일본 2.2배 등에 낮은 상황이다. 한국의 개인별 예금 보호 한도는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 뒤 22년째 동결 상태다.

성 의장은 "국가는 국민들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불안감을 최소화 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담당 기관인 예금보험공사를 비롯해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는데 속도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예금자 보호를 위한 보험금 지급 한도를 1억원 이상의 범위에서 금융업종별로 구분해 정하도록 하고, 그 적정성을 5년마다 검토하도록 했다. 예금 보호 한도를 일시적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 때마다 적정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담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같은 취지의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는 예금 보호 한도를 1억원 이상의 범위에서 예금보험위원회 의결을 거쳐 정하도록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중대한 금융 경제상의 위기 등 대통령령에 따른 예금자 등을 보호해야 할 긴박한 필요가 있는 경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예금 전액을 보호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할 예정이다. 여야 모두 예금 보호 한도를 높이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관련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