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 사진=연합뉴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임 지도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나온 파열음으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지도부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 전열 정비에 나선 김 대표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황교안 전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김 최고위원이 말한 건 개인적 의견인 거 같고 그 분위기나 성격상 아주 진지한 자리는 아니었을 거라 짐작되지만 적절하진 않았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확인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YTN '뉴스앤이슈'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의 이야기는 당의 공식 입장도 아니고, 당과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라며 "'개헌이 안 되기 때문에 한 얘기'라고 해명하셨던데, 아주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께서는 5·18 정신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갖고 만약 개헌을 한다면 반드시 헌법 전문에 넣겠다고 이미 약속하신 내용"이라며 "저희 당의 입장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일축했다.

조수진 최고위원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어느 과정에서 그런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모른다"면서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동료 최고위원의 발언이라 평가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분명한 건 우리 국민의힘의 강령, 국민의힘의 정강·정책을 보면 이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이어간다고 하는 부분들이 명확하게 적시가 돼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왼쪽) 예배에 참석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오른쪽). / 사진=유튜브 너알아TV 캡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왼쪽) 예배에 참석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오른쪽). / 사진=유튜브 너알아TV 캡처
앞서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주일예배에서 '5·18 정신의 헌법 수록'과 관련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 목사는 당시 "김기현 장로를 우리가 이번에 밀었는데, 헌법 정신에 5·18 정신을 넣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느냐. 전라도는 영원히 (득표율) 10%"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최고위원은 "그건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다"라고 화답했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가 "그냥 전라도에 립서비스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하자 "표 얻으려고 하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 아니냐"고 발언했다.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일 뿐만 아니라, 김 대표 역시 적극적인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사안이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대로라면 윤 대통령과 김 대표가 표를 얻기 위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해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 된다. 대통령실도 이미 선을 그은 상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이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며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지역구인 이용호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이 신중하게 발표한 공약을 '조상 묘' 운운하며 가벼이 평가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사견이라고 어물쩍 넘어갈 게 아니라, 당당히 사과하는 게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웅 의원도 "자유와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5·18 민주화운동 정신은 보수정당이 지켜야 할 핵심 가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에서는 김 최고위원을 '극우 언사에 동참한 여당 지도부'로 규정하는 거센 반발이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 개인 의견이다. 현재 개헌 움직임이 없지 않냐"며 "바로 개헌할 듯 이야기하면서 말하니까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대표가 당내 전열을 정비하는 데 애쓰고 있는 와중에 굳이 불필요한 발언을 해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