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는 윤석열 대통령의 4월 방미를 계기로 한국이 미국의 핵 기획·집행에 참여하는 등의 대북 확장억제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한·미·일 3국 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창설하는 역내 협력 방안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동맹의 대북 핵 억제 실행력을 질적으로 한층 강화할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북한의 고강도 도발로 국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에 핵 기획·집행 절차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가 지난달 시행한 DSC TTX(핵우산 도상연습)와 관련해 “세미나식에서 훈련에 가까운 TTX로 변화할 것”이라며 “최근 일련의 진전이 확장억제 강화의 끝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DSC TTX는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해 군사 대응 방안을 토의하는 모의 연습이다. 이 연습을 토의가 아니라 실제 군사 훈련으로 구체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보 측면에서 한·미·일 삼각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물밑에서 조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8일 미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 정부에 핵 억지력과 관련한 새로운 협의체 창설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한·미와 미·일은 각각 확장억제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새 협의체는 양자협의체보다 격을 높여 미국의 핵전력에 대한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제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비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런 협의체가 효과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방안을 한·미 간에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윤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 실무그룹에 적극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후보 시절 쿼드 실무그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회의 창이 자연스럽게 열렸을 때 쿼드에 들어갈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